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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포럼]위장탈당 떠받든 궤변과 유권자 책임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5.02
  • 조회수 286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의 입장이 서로 달라 첨예하게 대립할 때, 여야 3명씩 6명의 조정위원으로 구성하여 최장 90일간 집중적으로 논의해 의결하면 해당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이는 2012년 일명 국회선진화법 입법 당시 도입된 것으로, 국회 내의 난투극 등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한 보완 장치였다.


26일 전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민형배 의원은 1년 전, 이른바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었다. 꼼수·위장 탈당이라는 비난이 거셌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로 탈당했다고 되레 큰소리쳤다. 국민의힘과 검찰, 법무부가 각각 두 개정 법률의 적법 절차 원칙 및 헌법 위배 여부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면서도 개정 법률이 유효하다는 앞뒤 안 맞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씻을 수 없이 오점이다. 민주당은 범죄 혐의로 탈당 또는 출당된 이상직·윤미향 의원을 같은 방식으로 안건조정위 야당 몫으로 배정해 국회법상 90일 숙의 기간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 의원이 ‘소신에 따라 탈당이라는 대의적 결단으로 입법에 동참했던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이는 의도적으로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며, 다수 의석을 악용한 실질적인 민주주의 파괴 행위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에서조차 ‘당이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오물을 뒤집어쓴 느낌’이라는 맹비난이 나오겠는가. 민 의원 지역구인 광주 광산구의 시민단체는 ‘표를 위해선 어떤 수단이나 행위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고, 정의당도 민주당 스스로 ‘위장 탈당을 고백한 것’이라고 가세했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이를 의결하면서도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었다는 점이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럴 수가 있는가. 4895억 원 배임, 133억 원 뇌물 수수,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형사피의자가 당대표 직을 맡고 있고,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의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으니 위장 탈당 정도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그러고도 국민 앞에 표를 구걸할 생각이나 하고, 당 이름에 버젓이 ‘민주’를 붙이고 있으니 그 뻔뻔함은 가히 철면피 수준이다.


맹자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羞惡之心 義之端也·수오지심 의지단야)면서, 측은지심·사양지심·시비지심과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非人也·비인야)고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을 우습게 보고 민주주의를 능멸하고서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민주당과 그 지도부는 문자 그대로 사람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그런 인사들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 나라가 장차 어찌 되겠는가. 따지고 보면, 지난 총선에서 ‘사람 같지 않은’ 정치인을 선택한 국민의 책임이 크다. 이제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을 뽑아 정치를 바꾸려면, 더 이상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고 지연·학연·혈연 등 연고에 끌려다니지 말아야 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