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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경기도중 ‘여성용품’으로 장난 친 우즈… 낮은 ‘성인지’로 뭇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이해인
  • 작성일 23.06.12
  • 조회수 539

 

■ 최우열의 네버 업- 네버 인 - 스포츠계의 성차별

 

드라이버 짧게 친 토머스에

 

‘계집애처럼 약하다’는 뜻의

 

여성 생리용품 건네며 놀려

 

비난 쏟아지자 “죄송” 사과

 

약한 존재로 ‘여성’을 이용

 

잘못된 편견 여과없이 드러내

 

좋은말도 때론 상처줄수 있어

 

타인의 감정에 좀 더 배려를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난 2월 올 시즌 첫 대회에서 뜻하지 않은 성차별 논란에 빠진 바 있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첫날 평소 절친한 사이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과 한 조로 묶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문제는 9번 홀(파4·468야드)에서 일어났다. 오너(honor)였던 우즈가 가장 먼저 티샷을 날렸다. 잘 맞은 공은 무려 323야드를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다음 차례인 매킬로이는 클럽을 놓치며 305야드 거리의 오른쪽 러프로 공을 빠뜨렸다. 마지막으로 토머스가 힘껏 스윙했으나, 왼쪽으로 감긴 공은 313야드 정도 날아가 왼쪽 러프 쪽으로 떨어졌다.

 

그때였다. 우즈는 티샷을 마치고 걸어가던 토머스에게 무심한 표정으로 갑자기 다가와 왼손으로 무언가를 쓱 건넸다. 토머스는 처음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으나 우즈가 건넨 물건을 확인한 뒤 화들짝 놀라며 바닥으로 던졌다.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낄낄거리며 페어웨이를 걸었다.

 

중계방송에도 잡힌 이 장면은 워낙 순식간이라 무슨 일이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카메라 기자가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진상이 드러났다. 우즈가 건넨 것은 다름 아닌 여성용 생리용품이었다. 우즈는 자신보다 젊으면서 드라이버를 짧게 친 토머스를 놀린 것이다. ‘계집애처럼 약하다’란 의미다.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의 칼럼니스트는 15세 딸을 둔 47세의 우즈가 철없는 10대나 저지를 법한 시대착오적인 장난을 쳤다며 비판했다. LA타임스도 우즈가 자신이 주최한 대회에서 그런 유치한 장난을 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으며, 골프를 대표하는 선수로 본인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즈는 거센 부정적 여론이 계속되자 이튿날 라운드를 마치고 “친구끼리 재미로 한 것이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우즈의 해명은 진심이었겠지만, 부끄럽고 약한 존재로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은 분명 잘못이다.

 

무엇보다 우즈 자신이 사회적 약자로 어릴 때부터 숱한 차별과 편견에 힘든 시간을 보낸 피해자라는 점에서 아쉬운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엔 매년 전년도 챔피언이 역대 챔피언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전통이 있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 1979년 챔피언인 퍼지 젤러는 TV 인터뷰에서 “우즈에게 내년 챔피언 만찬 때 제발 프라이드 치킨과 콜라드 채소요리는 내놓지 말라고 전해달라”라고 말했다. 이 두 가지는 미국에서 흑인 노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인종차별이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젤러는 인종차별의 의도는 결코 없었으며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013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페인의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유러피언투어 시상식 도중 관계가 불편했던 우즈와 화해하기 위해 매일 저녁 그를 집으로 초대해 프라이드 치킨을 대접하겠다는 ‘농담’을 했다.

 

우즈 논란을 두고 ‘웃자고 한 농담에 죽자고 덤벼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왜 그리 유별나게 구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말과 행동이 차별이냐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뜻에서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좀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스포츠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잊을 만하면 다시금 재발하는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도 그 뿌리를 찾아 들어가면 사회 일반과는 동떨어진 낮은 성평등 의식과 성인지 감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기사제공 문화일보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