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치열한 생존경쟁에 극심한 외로움… 홀로 이겨내는 ‘극한직업’[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이해인
  • 작성일 23.06.15
  • 조회수 520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프로골퍼의 정신건강

 

돈·명예 보장되는 PGA 투어

 

입성해도 출전자격 유지 경쟁

 

대회경비·숙박비 모두 본인몫

 

경제적 부담에 성적 중압감 커

 

시즌 대부분 집 떠나 혼자 생활

 

알코올·약물 유혹에 쉽게 노출

 

 

프로골퍼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최근 한 골퍼의 우승을 계기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8년 만에 우승한 크리스 커크(38·미국)의 이야기다.

 

커크는 2011년 PGA투어에 데뷔해 2015년까지 총 4승을 거둘 때까지만 해도 인생이 무척이나 순조로워 보였다. 그런데 커크는 2018년 하반기 들어 갑자기 17번 출전해 11번 예선 탈락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진다. 투어 생활의 무료함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술에 의존하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커크는 급기야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골프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후 재활과 치료를 계속하며 힘겹게 투어 생활을 이어 나간 커크는 마침내 재기에 성공했다.

 

PGA투어는 전 세계 골퍼들에겐 말 그대로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꿈의 무대다. 문제는 보상이 큰 만큼 치르는 대가도 크다는 점이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투어에 입성하더라도 곧바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은 아니다. 다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계속해야 한다. 상위 125명 이내에 들지 못하면 이듬해 곧바로 출전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같은 스포츠 선수라도 팀에 고용된 월급쟁이인 야구선수나 축구선수 등과 달리 프로골퍼는 개인사업자에 가깝다. 대회장을 오가는 비행기 요금, 호텔 숙박비와 식사비, 그리고 캐디와 코치 고용에 드는 비용까지 모두 본인 몫이다. 1년 동안 투어를 뛰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11만 달러(약 1억4300만 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에 나가서 1, 2라운드에서 예선 통과를 못 하면 단 한 푼의 상금도 못 받는다. 본격적으로 상금을 벌기 전까지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자연히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일상이 된 치열한 경쟁과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도 골퍼들을 힘들게 하는 문제가 또 있다. 바로 외로움이다. 매주 대회장을 따라 옮겨 다녀야 하는 골퍼들은 시즌 대부분을 집을 떠나 길에서 보내게 된다.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홀로 낯선 호텔 방에서 매일 밤 불안 속에 잠을 청하다 보면 집 생각이 간절하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투어 생활은 끊임없는 경쟁 스트레스와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극도의 고용 불안, 그리고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극한직업’인 것이다. 커크처럼 많은 골퍼가 알코올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미국의 한 스포츠전문채널이 프로 골퍼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회 전날 우울함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술을 즐긴다는 골퍼가 절반 가까이 된다. 알코올 중독은 스타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존 댈리, 로코 미디에이트(이상 미국),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밤새 술을 마시고 이튿날 취한 상태로 대회에 출전하거나 심지어 라운드 중에 술을 마시기도 했다.

 

스트레스와 공허감을 이기기 위해 다른 수단을 찾는 골퍼들도 있다. 2017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약물에 취해 차 안에서 혼자 잠든 채 발견돼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약물 복용설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즈는 2010년에 섹스중독 치료까지 받았다.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쌓인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라도 있으면 위안이 된다. 프로골퍼들에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 다른 삶을 살다 보니 주변에 일반인 친구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같은 동료 선수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것도 쉽지 않다. 매주 경쟁자로 부딪히는 사이다 보니 속 깊은 얘기를 터놓기보단 피상적인 관계에 그치기 쉽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서 프로골퍼라는 한 가지 정체성만으로 사는 삶은 위태롭다. 경기장에서의 실패가 곧바로 자신의 삶과 존재 가치의 부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다양한 취미활동과 독서, 그리고 폭넓은 인간관계로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자아를 계발하는 것만이 건강한 삶을 지키는 비결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기사제공 문화일보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