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닫기

전체메뉴

Quick Menu

Quick Menu 설정

※ 퀵메뉴 메뉴에 대한 사용자 설정을 위해 쿠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뉴 체크 후 저장을 한 경우 쿠키 저장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북한의 페미니스트 1호, 김정은 / 란코프(교양대학)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8.10
  • 조회수 255

여동생·딸 전면에 내세우고
여성 외무상도 거리낌 없어
북한 사회 올라간 女 위상과
본인 유럽 유학이 영향 준듯

 

 

 


작년부터 김주애로 알려진 딸이 아버지 김정은과 동행하고 있다. 만약 김주애가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었더라면 관찰가 대부분은 그를 후계자로 봤을 것이다. 그러나 김주애는 어린 여성이어서, 북한에서 그에게 정치적 미래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오늘날 북한 정치 엘리트에선 여성의 얼굴이 전례 없이 많이 보인다. 한국보다 오랫동안 '남존여비' 사상의 지배를 받았던 북한에서도 여성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새로운 정치적 여성의 모습은 엘리트층에서도, 백성들 가운데서도 보인다.


김여정은 여성의 정치적 등장의 상징인물로 볼 수 있다. 북한 왕족의 역사를 보면 김일성도, 김정일도, 김정은도 통치의 첫 단계에서 후계자가 아직 어려서, 자신의 동생을 '임시후계자'로 이용하는 정치 전통이 있다. 김일성 시대 그의 남동생 김영주는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이러한 역할을 했다. 김정일은 남동생이 없고 김경희라는 여동생만 있었다. 김정일은 여자를 고급간부로 쓸 수 없을 줄로 알아서 김경희보다 그의 남편인 장성택을 자신의 믿음직한 보좌관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사이가 좋지만 정치 능력이 모자란 남동생이 있음에도, 그 대신에 여동생을 승진시키고 그의 남편에게 아무런 정치 직무를 맡기지 않았다.


그러나 김여정은 김정은의 페미니스트 경향을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최선희 외무상은 보다 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왕족 공주인 김여정처럼 귀족집 딸 최선희도 백성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여성을 외무상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1970년대에 북한에서는 최선희처럼 가문이 좋고 능력이 많은 여자도, 외무상이나 대사는 물론 3등서기관이 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현송월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 그의 직무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김정은의 비서실장처럼 활동한다. 음악가 출신 현송월은 왕족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지만 힘이 많다. 물론 김정은과의 개인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여자들에게 고위간부직을 주지 않았다. 리설주의 등장도 그 입장에서 의미가 있는 현상이다.


김정은은 왜 이러한 페미니스트 의식을 얻었을까? 그가 받은 영향에는 주로 3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여성의 정치적 등장과 그것의 확대는 오늘날 시대정신이다. 가부장제 문화가 극심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 차별적인 규칙이 많이 완화됐다.


둘째로 김정은의 개인 경험도 중요하다. 그는 남녀평등 정신이 강한 유럽에서 유학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여성들이 많았다.


셋째로, 북한 사회의 영향도 중요하다. 지난 20~30년 동안 북한 경제가 여성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대부분 북한 가족에서는 부인이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국가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을 때 남자들은 가동하지 않는 공장으로 출근할 의무가 여전했지만, 여자들은 시장에서 장사를 하거나 집에서 가내수공업을 함으로써 남편보다 훨씬 큰돈을 벌어오고 있다. 백성들 가운데서 생긴 이 거대한 변화는 귀족, 왕족 여성들의 승진의 튼튼한 기초가 됐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여자가 고급간부나 후계자가 되는 것을 옛날만큼 기괴한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개인적인 친페미니스트 경향 덕분에 북한 엘리트층의 여성화가 보다 더 가속화됐다. 김주애 양이 수십 년 후에 '대원수'나 '민족의 태양'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소녀의 모습은 북한 변화의 또 하나의 상징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