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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필생즉사(必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8.18
  • 조회수 3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행보를 보면 명량해전을 앞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필생즉사(必生卽死), 필사즉생(必死卽生)'이 생각난다. 대선 때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민주당이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필자는 '매우 위험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만일 우리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는다면 이재명이란 정치인에 의해 그리 될 것으로 우려했었다. 그래서 매일신문에 '이재명을 말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무려 세 번이나 기고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선 패배 직후 바로 정치를 재개하여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되었고, 이어서 당대표 경선에 출마해 압도적으로 당선되어 민주당의 대표가 되었다. 이후 수많은 사건의 피의자로서 검찰과 법원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당헌 당규를 고쳐 스스로 '정치 탄압'으로 규정해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이재명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소설'을 쓴다고 비난하고 '그 소설 별로 재미가 없어 팔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린다.


이 대표는 과거 경기도지사 선거 승리 직후의 당선자 인터뷰에서 기자가 '형수 욕설'과 관련해 질문을 하자 얼굴색이 변하고 잘 안 들린다며 이어폰을 빼 버렸다. 당시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던 사안임에도 불편한 질문은 무시하는 독선적 모습을 보였다. 그의 독선적 행태는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었다. 유원지의 불법 영업 식당을 없앨 때도, 코로나 지원금을 둘러싼 남양주시장과의 갈등에서도, 지역 화폐의 효과성에 대한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비난할 때도, 그리고 일산대교 통행료를 즉각 중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설혹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적법 절차에 따라 수행해야 할 공무를 독선적으로 결정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은 공인으로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욕설로 비난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하나의 거짓말을 덮으려면 수많은 거짓말이 뒤따른다. 순간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 수없이 반복되었고, 그로 인해 정치생명을 위협받은 적도 많았다. 경기지사 때 대장동 개발 건을 보고받고, 열흘이나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을 다녔으며 골프까지 함께 쳤던 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고 한 것이나, 백현동 수직 옹벽 아파트 허가는 당시 국토교통부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것도 순간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가 쌍방울 김성태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추진을 위해 3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것을 보고했다고 진술을 바꾸니 이것이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엔 이화영 부지사의 부인 백 씨까지 나서서 이재명 구하기에 동참했다. 남편 이화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이재명 대표만 구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백 씨를 보면 남편을 '남의 편'으로 보는 것이 확실하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위기만 있으면 이재명 죽기기에 나선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과연 그런가.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그 수많은 의혹과 혐의는 그 누구도 아닌 본인 스스로 뿌린 것이다. 야당 대표라고 해서 범죄 의혹과 혐의를 덮어 두란 말인가. 정치인이고 야당 대표라서 검찰 수사도 재판도 자기 일정에 맞춰 달라는 것은 특권을 요구하는 것임은 물론, 본질에 있어 수사와 사법 방해를 자행하는 것으로 법치주의를 능멸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일부 인사는 이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수많은 정부 여당의 실책도 이재명 리스크 한방에 잊히고, 민주당 내부는 이 대표의 공천 학살 가능성에 분열의 씨앗이 커가고 있으니 총선까지 이재명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반쯤은 이긴 선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 실책에 편승한 반사이익으로 총선 승리를 기대한다면 집권 여당의 자격이 없다.


이재명 대표는 소위 '개딸'이라는 팬덤 정치 집단에 올라타 지지율이 높다. 마치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일부 여성의 심리와 닮았다. 이를 믿고 이 대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