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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냉정히 따져보고 성공률 60% 넘으면‘모험샷’ … 단, 1홀에 1번만[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09.20
  • 조회수 248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에서 무모함과 용기

김수지, 예상못한 ‘원온’ 승부수

4연속 버디로 한화클래식 제패

반 데 벨데, 디오픈서 무리한 샷

따논 우승 놓치고 연장전끝 눈물

절체절명 순간엔 상황평가 중요

성공 확신서면 단호하게 실행을

 

 

 


지난달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3년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의 우승자는 김수지(26)였다. 메이저대회답게 우승 경쟁은 치열해 챔피언 조가 전반 9홀을 마쳤을 때 김수지를 비롯해 모두 4명이 공동 선두였다. 챔피언 조로 뒤에서 경쟁자들을 쫓던 김수지는 내리막 302m로 짧게 세팅된 후반 첫 번째 홀에서 드라이버를 잡고 ‘원 온’을 노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날까지 3일 내내 짧은 클럽으로 끊어가는 전략을 택했던 그였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정이었다. 다행히 잘 맞은 공은 그린에 올라갔고, 김수지는 가볍게 버디를 잡으며 단독선두로 나섰다. 이후 기세가 오른 김수지는 13번 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까지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10번 홀에서의 과감한 원 온 시도와 성공이 승부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 셈이다.


골프는 샷을 할 때마다 어떤 클럽으로, 어떻게, 어디로 공을 보낼 것인지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경기다. 어떤 선택은 과감함과 용기로 칭송받지만, 또 어떤 선택은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비판받기도 한다.


골프의 역사에서 무모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은 1999년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서 벌어졌다.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 골프코스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프랑스의 장 반 데 벨데는 2위와 3타차 단독선두로 마지막 홀 티잉 구역에 섰다.


모두가 그의 우승을 의심치 않았다. 피칭 웨지로 세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고 세 번의 퍼트로 더블 보기를 해도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드라이버를 잡을 필요가 없는 데도 그는 과감하게 드라이버로 티샷했다.


아니나 다를까 슬라이스가 난 공은 개울을 건너 17번 홀 러프에 떨어졌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235야드(약 214.9m)였다. 당연히 짧은 클럽으로 안전하게 페어웨이로 공을 보낸 후 세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려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번 아이언으로 직접 그린을 노린 샷은 그린 옆 관중석을 맞고 튀어나와 더 깊은 러프에 빠졌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그는 또다시 핀을 직접 겨냥했고 공은 그린 앞 개울에 빠지고 말았다. 벌타를 받고 다시 친 공마저 그린 오른쪽 벙커로 향했다. 다행히 벙커에서 친 공이 핀 3m 거리에 붙었다. 가까스로 퍼팅을 성공시킨 그는 트리플보기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들어갔지만, 결국 폴 로리(스코틀랜드)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 같은 선택의 순간에 어떻게 하면 어리석은 무모함을 피하고 지혜로운 용기의 길을 고를 수 있을까? 김수지의 경우를 보자. 언뜻 보면 지나치게 과감해 보였던 이 날 10번 홀에서 김수지의 선택도 알고 보면 면밀한 계산에서 나온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이 대회에서 김수지에 앞서 10번 홀 원 온을 시도해 성공한 골퍼는 모두 5명이었다. 챔피언 조로 가장 늦게 10번 홀 티잉 구역에 올라선 김수지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 중 황유민(20), 김민별(19), 아타야 티띠꾼(20·태국) 등은 김수지와 비거리가 엇비슷했다. 드라이브 정확도 역시 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던 김수지로서는 자신 역시 원 온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설사 원 온에 실패하더라도 지난 3일간의 경험에 비추어 최소한 파는 지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었을 터였다.


골프에서 무모함과 용기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중요한 것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성공 가능성을 따져 보는 냉정함과 일단 확신이 들면 앞뒤 재지 않고 실행하는 단호함이다.


투어 통산 72승을 거둔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우승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과감한 모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성공률이 10번 중 6번 이상이 안 된다면 위험한 샷을 시도해서는 안 되며, 홀마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 한 번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반 데 벨데처럼 반복된 실수로 자칫 타수가 엄청나게 늘어나 경기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열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