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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세계와우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푸틴의 미소 / 장덕준(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3.12.08
  • 조회수 204

세계의 관심 중동전쟁에 쏠려
러·우 전쟁 ‘잊혀진 전쟁’ 불려
러 유리하게만 작용되진 않아
중동 영향력 약화 초래 전망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 전쟁)이 20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이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개전 초기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하 이-하마스 전쟁) 이후 러-우 전쟁은 우리의 관심권에서 더 멀어졌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러-우 전쟁은 벌써 ‘잊혀진 전쟁’으로 일컬어지기 시작했다.


서방과 국제사회의 촉각이 이-하마스 전쟁에 쏠리게 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 나흘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계속적인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를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서방 지도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서방의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우크라이나로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 반면 러시아는 별안간에 벌어진 이-하마스 전쟁으로 한숨 돌리는 모양새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이-하마스 전쟁이 러-우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분산시켰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안도하고 있는 듯하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는 서방 국가들에 피로감을 가져다 주었다. 설상가상으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었다. 뜻밖의 호재로 푸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법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하마스 전쟁은 러시아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까. 일단 국제사회의 관심이 중동에 쏠린 것은 분명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이-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서방 주요 미디어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는 현저하게 감소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이루어지기 며칠 전 CNN 보도에서 러-우 전쟁이 차지한 비중은 약 8%였으나 공격 이후에는 1% 이하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미국 국방부는 당초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한 155㎜ 포탄 수십만발을 이스라엘에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하마스 전쟁이 확전되거나 장기화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컨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충돌한다면 시리아 주둔 헤즈볼라군이 레바논에 재배치될 것이다. 그것은 시리아 내전을 재점화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파병할 수도 없다. 이-하마스 전쟁이 확전될 경우 러시아는 중동의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인 시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하마스 전쟁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전쟁은 러시아의 시리아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분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정으로 최근 푸틴의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 중단과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러시아의 지정학적 고려가 반영된 행보이다.


한편 하마스 공격 직후 며칠간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던 러시아 정부와 언론은 하마스 편을 들기 시작했다. 지난 10월26일 러시아 외무차관은 하마스 지도자들과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로 인해 모스크바와 텔아비브 간 우호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이스라엘은 이제 러시아를 신뢰할 만한 중재자로 간주하지 않게 되었다.


이-하마스 전쟁의 주요 행위자들은 러-우 전쟁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강력하고 오랜 후원자이다. 중동의 강자 이란이 하마스의 배후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전쟁에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인 러-우 전쟁에서 테헤란은 모스크바의 핵심 협력자이다. 이렇듯 관련국들 간 냉정한 국익 계산이 두 전쟁을 관통하고 있다. 가히 지정학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과연 러-우 전쟁은 이-하마스 전쟁에 가려진, ‘잊혀진 전쟁’일까.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