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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정신력 싸움’ 닮은 골프와 야구… 스윙동작 회전운동 원리도 같아[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1.30
  • 조회수 229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야구와 골프의 공통점

복잡한 규칙에 불연속적 플레이

수싸움 비중 큰 경기 속성 유사

멘털코칭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

MLB ‘머니볼’ 데이터 과학은

PGA ‘이득타수’ 혁명 이어져

생체역학 활용은 골프가 빨라

 

 

 


2023년 국내 스포츠계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프로야구팀 LG의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일 것이다.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LG가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서로의 실수를 비난하지 않고 감싸 안아준 끈끈한 팀 응집력이 있었다. 특히 한국시리즈 3차전 5-4로 앞섰던 8회 말 상대팀에 투런포를 얻어맞으며 5-7로 역전된 후 9회 초 2사 1·2루까지 몰린 상황에서 나온 오지환의 3차전 3점 재역전 홈런은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야구와 골프는 각각 팀 스포츠와 개인 스포츠로 다르지만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오히려 더 많다. 일단 둘 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중 스포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한 해 8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야구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찾는다. 골프를 즐기기 위해 골프장을 방문하는 사람은 더 많아 한 해 5000만 명에 이른다.


LG의 우승 과정에서 알 수 있듯 두 종목은 승패에 미치는 정신력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도 비슷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말을 남긴 야구계의 명언 제조기이자 전 뉴욕 양키스의 포수 요기 베라(1925∼2015)는 “야구의 90%는 정신력이고, 그 나머지의 반반은 각각 체력과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골프 역사상 유일무이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창설한 미국의 골프 전설 바비 존스(1902∼1971)도 “골프는 두 귀 사이, 5인치 코스(두뇌)에서 벌어지는 경기”라고 갈파했다. 한마디로 기술이나 신체 능력보다 정신력이 골프에서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지만 실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과 수 싸움이 경기 대부분을 차지해 골프처럼 개인 스포츠의 속성이 강하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경기 규칙이 복잡하고, 축구처럼 경기가 연속적이지 않고 중간중간 끊김이 많으며, 경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점에서도 야구와 골프는 서로 닮았다.


두 종목 모두 정신력의 비중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90년대 초중반부터 야구와 골프에서 멘털코칭이 거의 동시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최근 데이터과학과 생체역학의 도입으로 경기의 본질과 경쟁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점도 두 종목이 매우 흡사하다. 2002년 메이저리그의 ‘머니볼’에서 촉발된 야구의 데이터 혁명은 2011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이득타수(SG)’ 혁명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생체역학의 활용은 골프가 빨랐다. 골프 스윙 동작은 신체 일부의 각운동(회전운동)으로 에너지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야구의 타격 동작이나 투구 동작과 원리가 같다. 동작센서나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한 동작(키네틱 체인) 분석과 지면반력 분석은 골프에서 처음 일반화됐는데, 이는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유행 중이다.


미사일 추적 기술을 이용해 날아가는 공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론치모니터도 골프에서 먼저 활용되다 야구로 전파됐다. 공의 속도, 발사각도, 회전축과 회전수 등을 분석해 골프 스윙을 개선하던 것이 지금은 야구의 ‘뜬공 혁명’과 ‘구속 혁명’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와 전면 드래프트제도, 그리고 최근의 샐러리캡까지 선수 수급 제도의 근본적 변화로 갈수록 팀 전력이 평준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우수 선수를 독점한 특정 팀이 장기간 리그를 지배하는 이른바 ‘왕조’ 시대도 어느덧 종언을 맞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도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멘털코칭, 데이터과학, 생체역학 등 그동안 간과됐던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전력화해 다른 팀과 차별화해야 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매번 정신력의 중요성은 강조하면서도 정작 정신력훈련은 체력훈련이나 기술훈련만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역시 한국 야구와 골프가 닮은꼴이다. 스포츠심리학자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