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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우승 DNA’는… 골퍼의 기량과 운, 그리고 정신력의 조합[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2.06
  • 조회수 263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우승자의 조건

최상위권 선수들 기술差 없어

골프장의 크기·환경 등 영향

불확실한 상황이 이변 가져와

PGA 우승과 준우승 차이는

보통 2타차 내외서 결정 돼

승부욕 강한 선수 정신력 좋아

자신감·집중력도 챔피언 자질

 

 

 


과거 한 신문에서 ‘우승 DNA란 게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경기하는 골퍼 중 준우승이 우승보다 많은 선수, 반대로 우승이 준우승보다 많은 선수, 양자가 비슷한 선수로 나누어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우승과 준우승은 불과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과 함께 준우승보다 우승이 압도적으로 많은 선수를 ‘우승 DNA’를 가진 선수로 설명했다. 박민지(우승 18승·준우승 7회), 고진영(11승·6회), 신지애(20승·9회) 등이 대표적인 골퍼다.


“‘우승 DNA’가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데이터과학과 스포츠심리학의 관점에서 답하자면 분명히 존재한다. 골프대회 우승은 골퍼의 기량과 운, 그리고 정신력의 조합으로 정해진다. 여기서 기량이란 골프 기술은 물론, 체력과 경기 전략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매번 우승을 다투는 최상위권 선수들의 기술 차이는 말 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다. 체력 또한 거기서 거기다. 요즘 모든 역대 기록이란 기록은 다 갈아치우고 있는 위대한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도 “세계 랭킹 상위 100명은 체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 중압감을 견디고, 결정적인 순간에 놀라운 결과를 만드는 것은 바로 정신력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승부가 오롯이 실력으로만 결정된다면 대회마다 성적이 거의 세계 랭킹 순이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종종 예상과 다른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스포츠의 매력이다.


스포츠의 이런 불확실성과 운은 경기장의 크기와 환경, 경기선수의 숫자에 비례하여 커진다. 예를 들어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아이스하키는 선수 숫자에 비해 경기장이 넓은 데다 퍽의 속도가 빠르고 어디로 튈지 몰라 운의 비중이 53%에 이른다. 반면 경기장이 좁고 키가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농구는 운의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골프는 경기장 면적이 축구장 100개 넓이인 데다 참가 선수 수도 150명 안팎에 이른다. 미국 통계 전문가들이 복잡한 모델링과 계산 절차를 통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경기를 분석한 결과, 골프에서는 대략 라운드당 2.69타가 운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GA투어의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차이는 보통 2타 내외이니 사실상 우승은 운에 좌우되는 셈이다.


흔히 말하는 “챔피언은 하늘이 결정한다”는 세간의 속설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운이 주사위를 던질 때처럼 경기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새옹지마다.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창설한 미국 골프의 전설 보비 존스(1902∼1971)는 “운도 길게 보면 공평하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준우승이 우승보다 많은 선수는 둘 중 하나다. 다른 선수와 비교해 하필 그때 운이 나빴거나, 아니면 결정적인 순간에 정신력이 약했거나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요소를 빼고 나면, 챔피언과 챔피언이 아닌 골퍼의 차이는 결국 정신력에서 나온다. 브리티시오픈(디오픈)을 역대 최다인 6차례나 제패한 해리 바든(1870∼1937)은 “세상에는 오직 두 부류의 골퍼가 있다. 긴장을 잘 다스려서 우승하는 골퍼와 그렇지 못한 골퍼”라는 말을 남겼다.


정신력이 뛰어난 골퍼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유달리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이다. 절대 지고는 못 사는 성격에 흔히 독종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듣는다.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우승을 6차례나 차지한 마이클 조던이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가 딱 이런 선수다. 그냥 사람 좋고 ‘순둥순둥’하기만 해서는 우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 밖에 높은 자신감과 집중력, 뛰어난 스트레스 대처와 불안 조절 능력 등도 중요한 챔피언의 자질이다. 분명 우승 DNA는 있다. 희망이라면 내 유전자의 DNA는 바꿀 수 없지만, 우승 DNA는 정신력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