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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인성 없는 기술은 허상… 실수는 누구든 하지만 반복하면 안돼[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박서연
  • 작성일 24.03.08
  • 조회수 175

 

 

 

 

 

“우승 약물 있다면 섭취할 것”

‘골드먼 테스트’90%가 긍정

골프 규칙 지키는건 쉬운 일

양심에 따라 잘 준수하면 돼

어린 선수들에 가르쳐야할건

제대로된 스포츠맨십이 우선

 

 

 

언제부턴가 라운드 후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다 경기 중 규칙 위반 사실을 숨긴 것이 드러나 3년 출전 정지의 징계를 받은 프로골퍼 윤이나다.

 

 

윤이나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논쟁은 주로 징계 수위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벌어진다. 자진 신고까지 했는데 만 19세의 어린 선수에게 자칫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수도 있는 3년의 중징계를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 온정론의 주된 논리다. 반대로 강경론을 펴는 쪽에서는 골프의 기본 정신을 훼손한 심각한 규칙 위반이라 3년이 아니라 아예 영구 퇴출까지 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인다. 자진 신고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사실을 숨기려다 실패하자 등 떠밀리다시피 실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윤이나의 징계를 처음 결정했던 대한골프협회에서 뜬금없이 징계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발표가 나왔다. 협회의 징계 결정에 순응하고, 징계 이후에 50여 시간의 사회 봉사활동을 성실히 이행했을 뿐 아니라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 협회가 밝힌 감경의 이유였다.

 

 

여기에 덧붙여 그녀의 구제를 호소하는 5000건 이상의 탄원과 3년의 징계가 과하다는 여론적 평가 등도 고려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징계 완화 배경에는 골프협회장의 교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임 회장의 중도 사임 이후 당선된 새 회장은 협회 임원으로 있으면서 오랫동안 국가대표 선발과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인 분으로 알려져 있다. 윤이나는 2019년부터 2년 가까이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어쨌든 이 결정으로 윤이나의 징계는 2월이면 끝나 골프협회가 주최하는 한국여자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윤이나가 소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골프협회와 같은 경감 조치가 이뤄졌다. 골프협회와 KLPGA투어의 징계 경감으로 윤이나는 2024년부터 투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03년생인 윤이나는 2021년 프로로 데뷔해 점프투어(3부) 1승, 드림투어(2부) 2승으로 상금왕을 차지하며 시드전 없이 단번에 1부 투어로 올라왔다. 신인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아 종종 2부와 3부 투어 녹화 중계를 즐겨보는 편인데 그때 단연 눈에 띈 선수가 윤이나였다.

 

 

신체조건이 워낙 좋아 다른 선수에 비해 롱게임이 압도적이었다. 여기에 생각하는 플레이와 날카로운 쇼트게임만 덧붙여진다면 최고의 선수가 되는 데 전혀 손색없어 보였다. 1부 투어에 데뷔했을 때 그 어느 선수보다 큰 기대를 하고 지켜본 선수가 바로 윤이나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을 때 실망 역시 누구보다 컸다.

 

 

한때 미국에서 엘리트 스포츠선수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골드먼 테스트’란 설문조사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경기에서 무조건 이기게 해줄뿐더러 도핑검사에서도 절대 들키지 않는 약물이 있다면 당신은 이 약물을 드시겠습니까?”라는 단순한 질문이다. 별로 놀랍지 않게도 10년 넘게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90%가 넘는 사람들이 “예”라고 응답했다.

 

 

골드먼 테스트는 누구도 도덕적 일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유혹 앞에선 누구나 흔들릴 수 있으며, 또 모두 한두 번쯤 실수한다. 중요한 건 실수로부터 잘못을 깨닫고, 그래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윤이나는 물론 일련의 사태를 통해 우리 골프계는 무엇을 배웠고 또 무엇이 바뀌었나? 골프 경기에서 규칙을 지키는 데 윤리적으로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정해진 규칙을 정확히 알고 양심에 따라 성실히 준수하면 그뿐이다. 벌을 얼마나 주느냐를 결정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못 가르친 어른들의 책임을 돌아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국가대표는 물론 어린 선수들에게 우리는 과연 체력이나 기술을 훈련시키는 만큼 기본적인 스포츠퍼슨십과 인성을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