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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세계와우리] 흥행 잃은 정치축제, 러시아 대선 / 장덕준(유라시아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3.19
  • 조회수 184

러, 15일∼17일까지 대선 투표
푸틴 5선 당선 사실상 확실시
높은 투표율로 압승 중요해져
對우크라 공세 강화 등 나설 듯


올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유독 많은 선거가 치러진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60여 개국에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가 펼쳐진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도 15일부터 17일까지 대선 투표가 실시된다.


선거의 묘미는 선거 과정의 확실성과 결과의 불확실성에 있다. 투명하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선거야말로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 선거판이 펼쳐지면 흥미와 기대를 안고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선거 결과에 대한 정당성은 높아진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러시아 대선은 흥행성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대선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도 전에 블라디미르 푸틴 현직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틴은 무려 82%의 예상 득표율을 나타냈다. 푸틴을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들의 예상 득표율은 각각 한 자리 숫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크레믈은 득표율보다는 오히려 투표율을 올리는 데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 제고를 위해 이번 대선에 처음으로 전자 투표제도가 도입되었다. 한편으로 러시아 당국은 정부와 공공기관을 통해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일찌감치 푸틴의 5선이 기정사실화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다수의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지휘해온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전쟁 등 국가 비상사태 시에 대중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둘째, 다수의 러시아 유권자들은 푸틴의 업적을 높게 평가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강대국 재도약 프로젝트에 있어서 핵심인물로 인식되어 왔다. 소련 붕괴 직후 국가 위상의 추락을 경험한 러시아인들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크게 고양시킨 푸틴의 리더십에 열광했다. 또한 푸틴은 러시아인들의 뇌리에 정치·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킨 유능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셋째, 러시아 국가 두마에 진출한 원내 정당들은 대체로 친크레믈 성향을 나타낸다. 반서방주의와 민생을 강조하는 푸틴이 높은 인기를 얻게 되자 대부분의 정당들은 이념보다는 실용주의와 애국주의에 동조하게 되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세 정당의 후보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다. 한편 ‘특별군사작전’ 이후 전쟁 비판은 물론이고 리더십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견과 반대는 철저하게 통제되어 왔다.


넷째, 푸틴에 필적하는 대안적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거나 푸틴을 비판해온 인사들은 정치과정으로부터 배제되거나 참여가 제한되었다. 푸틴과 그의 측근 비리를 끈질기게 폭로해온 대표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 2월 16일 교도소 수감 중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온 ‘시민발의당’ 소속 보리스 나데즈딘은 대선후보 등록에 필요한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으나 제출 서류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등록이 거부되었다.


이제 관심은 5기 푸틴 정부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푸틴이 높은 투표율로 압승을 거둘 경우 그의 리더십은 한층 더 공고화될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는 등 주요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구와는 대립과 갈등 기조를 이어가면서 중국 및 북한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등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그러한 구도 속에서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북·러 밀착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에 만만찮은 도전이 될 것이다.
 

장덕준 국민대 교수·유라시아학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