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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계획 오류: 시간편향을 극복하는 세가지 방법 / 주재우(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4.17
  • 조회수 357

주재우 / 국민대 경영대학·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시간을 파는 한국사회] ② 행동을 미루는 시간찾기, 계획오류


무언가를 준비해야 할 때, 우리는 예정된 기한이 임박해서야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곤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또 사회적인 위치가 높아질수록 난이도는 높아지면서 절대 시간도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계획한 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시간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잘못된 편견을 알아보고, 제대로 시간을 쓰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선택과 집중을 위한 시간전략 ② 행동을 미루는 시간찾기, 계획오류 ③ 번아웃, 낭비가 아닌 시간저축 ④ 제대로 시간쓰는 법, 행복학습

 
계획 오류: 시간편향을 극복하는 세가지 방법


주재우 / 국민대 경영대학·테크노디자인대학원 교수

 

 

 


왜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할까. 일의 종류와 양이 많아져서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일을 마치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즉, 모든 일은 예상보다 오래 걸리지만 사람들은 어떤 일을 미래 시점에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현재 시점에서 과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 때문에, 일을 뒤늦게 시작하고는 결국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계획 오류는 정확하게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계획 오류를 극복하고 시간을 잘 활용해서 결국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의: 계획 오류란 무엇일까
 

계획 오류의 유명한 사례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사다. 1957년에 덴마크 건축가의 설계를 바탕으로 공사를 시작할 때는, 77억 원이 필요하고 6년 후인 1963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비용은 15배인 1,100억 원이 들었고 시간도 총 16년이 걸려서 결국 1973년에야 공사가 끝났다. 계획 오류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다. 1994년에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내어준 뒤 과제물 작성에 소요될 시간을 예상해 보도록 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은 평균 33.9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주변 상황이 최상인 경우에는 27.4일 만에, 주변 상황이 최악인 경우에는 48.6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소요 시간의 평균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간보다도 일주일이 긴, 55.5일이었으며, 오직 30%의 학생들만 본인이 예상한 기간 내에 과제물을 완성했다. (Buehler, Roger; Dale Griffin; Michael Ross (1994). “Exploring the “planning fallacy”: Why people underestimate their task completion ti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 (3): 366–381.)


계획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할 때는 지붕에 필요한 특수 세라믹 타월을 개발하는 데만 3년이 걸리고, 지붕 구조물을 짓는 데는 8년이 걸렸다. 이외에도 자재 수급, 파업, 날씨 등으로 인해서 공사가 지연됐다. 연구에 참가한 학생들도 과제물을 완성하기까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일을 고려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공사 참가자들이나 연구에 참가한 학생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하나의 일을 완성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경험상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사례를 통해 얻은 경험이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즉, 이번만큼은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을 하게 된다. 이는 우리 인간이 가진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근거 없는 낙관에서 벗어나 여러 사건을 최대한 고려하여, 결국 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투입하고 예정된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계획 오류를 극복하는 3가지 방법


첫째, 과제를 수행할 때 발생할 미래의 사건을 쪼개서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Unpack). 당연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이 방법은 외출 준비에 걸리는 시간을 예측하는 연구를 통해서 알려졌다. 참가자들에게 처음 만난 이성과 토요일 저녁 7시에 식당에서 만난다면 외출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질문했다. 절반의 참가자에게는 “외출을 준비한다면” 이라고 단순하게 물어보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옷을 선택하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린다면” 등으로 일을 쪼개어 구체적으로 물어보았다. 단순하게 물어본 조건의 참가자들은 평균 68분이 걸린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과정을 쪼개어 구체적으로 물어본 경우, 참가자들은 평균 89분이 걸린다고 대답했다. (Kruger, J., & Evans, M. (2004). If you don’t want to be late, enumerate: Unpacking reduces the planning fallacy.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0(5), 586–598.)


둘째, 과제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미래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 예정적 사후 가정을 적용한다 (Prospective hindsight). 이 방법은 인지 심리학에서 제안된 사전부검(Pre-mortem)이라고도 불리는데, 어떠한 계획이 실제로 실행된 뒤에 처참한 실패로 끝난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써보는 것과 동일한 방법이다. 즉, 일어날지 모르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하여 그 사건과 관련된 주변 정보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정적 사후가정은 1989년에 실험이 검증됐다. 새로 업무를 시작한 직원에 대해서 간략히 묘사한 뒤에 해당 직원이 6개월 후 직장을 그만둘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요청하면 평균 3.5개의 구체적이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내지만, 해당 직원이 6개월 후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가정한 뒤 그만둔 이유를 생각해 보라고 요청하면 좀 더 구체적이고 시나리오에 적합한 이유를 평균 4.4개 생각해냈다. (Deborah J. Mitchell, J. Edward Russo, and Nancy Pennington (1989), “Back to the Future: Temporal Perspective in the Explanation of Events,” Journal of Behavioral Decision Making 2: 25–38.)


셋째, 과제를 수행하는 주체를 ‘나’라는 내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는 외부자로 바꿔 과제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미래의 사건을 객관적으로 생각한다 (from inside view to outside view). 과제를 내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과제가 완성될 것이라는 가정을 먼저 하기 때문에 중도에 여러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그러나 같은 과제를 외부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과제가 완성된다는 가정이 없어지기 때문에 중도에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시선을 외부자로 돌려서 과제를 객관적으로 본 사례로 반도체 전문가인 앤디 그로브(Andrew Grove) 일화가 있다.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메모리 반도체로 승승장구하다가 1980년대 중반 일본 반도체 회사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이익이 2억 달러에서 200만 달러로 급격히 추락했다. 당시 인텔의 대표였던 고든 무어는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로 회사가 성공했고, 많은 직원이 이 기술에 평생을 바쳤으며, 사내의 이해관계가 수없이 얽혀있었기 때문에 최종 결정을 주저하고 있었다. 이때 인텔의 2인자였던 앤드 그로브는 대표인 고든 무어에게 질문했다. “만약 우리가 쫓겨나 이사회가 새로운 대표를 임명한다면, 그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고든 무어가 대답했다. “회사의 역사를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바꿔놓겠지. 아마 메모리 사업에서 철수하겠지.“ 그러자 앤디 그로브가 외부자의 시각을 주입한 해법을 내놓았다. “그럼 우리가 새로 임명된 대표라고 생각하고, 지금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하는 게 어떨까요?” (Barry M. Staw & Jerry Ross (1987), “Knowing When to Pull the Plug,” Harvard Business Review, March–April 1987: 1–7.)
 

계획 오류를 극복하는 3가지 결론
 

사람들은 모든 일이 예상보다 “무척” 오래 걸린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즉, 계획오류를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특별할 것이라는 근거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일을 충분히 일찍 시작하지 않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 채 바빠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계획 오류를 극복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바쁘다는 느낌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계획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사건을 구체적으로 쪼개어 생각하거나 (Unpack), 미래의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고 가정하거나 (Prospective hindsight), 내가 아니라 남이 일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있다 (from inside view to outside view). 계획 오류를 극복해서 모든 일이 예상보다 “조금만” 오래 걸리고,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기대한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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