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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환자 볼모로 한 의료 거부 책임 물을 때[포럼]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6.20
  • 조회수 185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등 4개 병원 교수들이 17일부터 휴진(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의 18일 휴진도 예고돼 있어 의·정 갈등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이번 의료대란은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과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이어지면서 파업에 이르렀다. 동네 의원들의 참여가 관건인 가운데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자와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이익집단은 늘 있고, 파업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의사의 전면 파업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들은 보통의 직업인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성스러운 일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적정 의사 수가 몇 명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피부로 알고 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분야보다 돈 벌기 쉬운 분야로 의료 인력이 몰리는 것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전 국민이 동등한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의사들이 의대 학생 수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해도, 동의도 할 수 없다. 의사들의 의견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 그 입장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결정권은 국민에게 있어야 하고,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왜 줄여야 하는지, 줄인다면 환자의 생명권과 의료 서비스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역 환자들이 서울에 몰려드는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등 수많은 의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주요 대학병원의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반대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작금의 의료 파업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의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이기적인 행위로밖에 안 보인다.


가족 중에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정부의 일방적 증원 결정과 2000명이라는 숫자의 자의성, 전공의 사직서와 의대생의 휴학계를 받지 말라는 조치의 부당성을 성토한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거품을 물고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들에게 물어봐도 왜 의사 수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하는지, 필수 분야의 의사 부족과 대학병원에서 3분 진찰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환자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냥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을 담보로 벌이는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국민의 증오와 불신, 또 혹시 있을지도 모를 생명을 잃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은 휴진 참여 의사들의 몫이다. 국민은 밥그릇만 챙기는 의사보다 인간적이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진정한 의사를 원한다. 그런 점에서 의사협회의 지침에 상관없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계속 병원을 지키기로 한 분만·아동·전문 병원 의사들의 의로운 결정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