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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마음 휴가를 가집시다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7.11
  • 조회수 214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재미있는 캐릭터로 시각화해서 보여준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사진)가 어른들을 울리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가족영화라고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는 어른들의 후기가 소셜미디어에 적지 않다. 심지어 ‘어른 전용 영화’이니 자녀와 함께 가지 말라는 농담 섞인 조언까지 등장했다.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 같은 1차적 감정으로 이루어졌던 1편과 비교해 2편에서는 사춘기 소녀 라일리에게 찾아온 ‘불안이, 부럽이, 당황이, 따분이’ 같은 인지적 감정이 더해졌다. 주인공 라일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미묘해지고 때로는 통제불능의 상태가 된다. 특히 ‘불안이’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마냥 낙관적인 ‘기쁨이’와 사사건건 충돌한다. 모든 감정이 저마다의 이유로 소녀의 마음에 영향을 주며 통제하려 해 라일리의 마음은 혼란의 연속이다. 라일리에게 좋은 기억만 남겨주고, 행복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기쁨이’는 결국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기쁨이 줄어든다는 것’, 그리고 ‘모든 감정은 라일리에게 필요한 것’이며 ‘좋은 기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도 라일리의 자아를 만드는 것’임을 인정한다.

 

 

 


조직원 심리 건강이 성과 좌우
MZ세대, ‘관계의 어려움’ 호소
리더는 자신 마음부터 챙겨야

 

 

 


영화를 보는 동안 오랜만에 자신의 마음을 조우하게 된 어른들은 뜻하지 않게 눈시울을 적셨을지도 모르겠다. 불안과 부러움 등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었던 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위축되었던 나,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써 다른 사람을 흉내 내던 나,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가진 친구를 깎아내리려 했던 나…. 그 수많은 내가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에 사춘기를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신의 감정본부를 차지하고 있는 ‘불안이’와 ‘부럽이’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어른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지 않는다. 감정본부를 지배하는 불안이 나를 엄습할 때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고 실수를 저지른다. 몸의 건강을 위해 근력을 키우고 식습관을 개선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을 위해선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도 몸과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살피면서 근력을 키우고 상처 난 부위를 치유해야 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조직 구성원의 마음 건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경영 전문지에서는 직장에서 구성원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연달아 다루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단절이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관계맺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선배 세대보다 사회적 감수성이 민감한 MZ세대 구성원의 취약한 마음도 주요 원인이다. 이로 인해 구성원의 마음건강이 조직의 성과에 더욱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리더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여름엔 리더들이 마음 휴가에 관심을 가지기를 제안한다. 먼저 리더 본인이 충분한 ‘마음 휴가’를 가져야 한다.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와 함께 펴낸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에서 멘탈 바캉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부자극을 단절시켜 뇌를 쉬게 하고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면서 마음을 만나는 활동을 ‘멘탈 바캉스’라고 윤 교수는 정의한다.


멘탈 바캉스를 갖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주말이 되면 텃밭에 가서 농사에 몰두하거나 조용히 산책을 즐기는 것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여 외부자극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실리콘밸리 경영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디톡스’ ‘디지털 밸런스’ ‘연결을 위한 단절’ 같은 키워드가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리더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불안과 ‘버럭’이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다면 구성원들의 마음 건강에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이 재충전된 후에야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구성원의 마음 건강에 신경 쓰는 첫 번째 단계는 리더 자신부터 마음 휴가를 가지면서 여유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본인의 구명조끼를 먼저 입은 후 그 사람을 도와주라’는 항공 안전 안내문처럼 마음 휴가로 자신을 재충전한 리더야말로 구성원의 마음을 헤아리고 도울 수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