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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즌 7승·올림픽 金·페덱스컵 우승… 2024, 모든 걸 다 가진 셰플러[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작성자 김은지
  • 작성일 24.10.25
  • 조회수 121

■ 최우열의 네버 업 - 네버 인 - 바야흐로 ‘스코티 셰플러 시대’

타이거 우즈 이후 17년만에

단일 시즌서 7승 이상 거둬

단 한번의 예선 탈락도 없어

올 최다 상금 835억원 수입

통산 상금은 5년만에 3위로

훌륭한 인성·자기관리 강점

평균 68.01타 ‘역사상 최저’

 

 

바야흐로 세계 남자 골프는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시대다. 셰플러는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총 19개 대회에 출전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2연패를 비롯해 모두 일곱 차례나 우승을 거두었다. 여기에 올림픽 금메달과 플레이오프 페덱스컵까지 차지했다. 단 한 차례의 예선(컷) 탈락도 없었으며 16번의 톱10 기록에 준우승도 두 차례나 된다. PGA투어에서 한 선수가 단일 시즌에 7승 이상을 거둔 것은 2007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7년 만이다.

 

 

공식 상금만 2923만 달러를 벌었으며, 최근 3년 동안 연속으로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페덱스컵 우승으로 받은 투어 챔피언십 보너스 2500만 달러와 컴캐스트 보너스 800만 달러를 합하면 셰플러의 올 시즌 수입은 무려 6223만 달러(약 835억 원)에 달한다. 데뷔 후 단 5년 만에 7179만 달러의 상금으로 통산 상금 순위 3위에 올랐다. 이제 그보다 위쪽에 자리한 골퍼는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단 두 명뿐이다. 두 사람의 통산 상금은 각각 1억2100만 달러, 9100만 달러다. 5년 동안 13승을 거둔 셰플러가 28년 동안 82승, 15년 동안 26승을 거둔 우즈와 매킬로이의 상금액을 추월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셰플러는 2018년 프로로 데뷔,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에서 2승으로 2019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이듬해 PGA투어로 진출했다. 2020년 노던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쳐 투어 사상 11번째 50대 타수를 기록했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7차례 톱10에 들고,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에서 5위로 시즌을 마치며 신인상을 받았다.2021년에는 라이더컵에 단장 추천 선수로 참가해 대회 마지막 날 일대일 매치플레이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스페인의 욘 람을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미국팀 우승에 이바지했다. 2022년은 마스터스를 제패하고 시즌 4승으로 올해의 선수상 수상과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한 골프통계 전문업체가 역대 기록을 분석한 결과 셰플러의 2024년을 우즈의 2000년 다음으로 골프 사상 최고의 시즌으로 꼽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7세 때까지 마스터스를 두 차례 제패한 골퍼도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그리고 우즈, 셰플러까지 단 네 명뿐이다.

 

셰플러의 최대 강점은 훌륭한 인성과 모범적인 자기관리다. 2022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 셰플러의 낡은 중고차가 화제였다. 대학 시절 아버지가 물려준 주행거리 28만㎞가 넘은 차였다. 사람들은 투어 상금으로만 이미 수백억 원을 번 그가 최신형 고급 차 몇 대 정도는 당연히 갖고 있을 줄 알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셰플러는 고등학교 때 첫사랑과 2020년 결혼해 올봄 아들 하나를 두었다. 그는 자신의 신앙, 아내, 곧 태어날 아이가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말뿐이 아니다. 실제로 올해 마스터스 최종일을 앞두고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임박한 아내의 출산 소식에 언제든 대회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정신력 또한 뛰어나다. 평소 유순한 편이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절대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승부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농구의 마이클 조던을 가장 존경하는 스포츠 선수로 꼽는다. 강한 멘털의 이면에는 당연히 종교와 가족의 든든한 뒷받침도 있다. 2022년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일요일 아침 압박감에 ‘마치 어린애처럼 울고’ 있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부인의 말 한마디였다.

 

볼스트라이킹 능력도 투어 최고다. 셰플러가 올 시즌 기록한 평균타수는 68.01타로 PGA투어 역사상 가장 낮았다. 유일한 약점이었던 퍼팅도 올 시즌 도중 퍼터를 바꾸면서 반전을 만들었다. 우리는 지금 셰플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