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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윤 대통령의 사과, 그 후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 작성자 김은지
  • 작성일 24.11.12
  • 조회수 187

지난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약 2시간 20분에 걸쳐 대국민 사과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허리를 굽혀 사과하며 시작한 것을 보면 진심으로 사과하려 한 것은 틀림없다. 의도대로 결과가 나왔을까.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우선 국민께 사과하겠다고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국민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나,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일반인들과 소통해 온 것이 부정적 측면이 너무 컸다는 것도 인정했다. 제2부속실을 두어 향후 대통령 부인의 행보를 모두 공식화한다는 것이나,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해 오면 임명하겠다는 것도 좋았다. 국익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조금은 기대를 갖게 한다.

 

'김건희 특검법'의 헌법적 문제를 명확히 설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것은 법적 측면이고 정치적 측면에서의 설득력은 미흡했다. 차라리 위헌적 요소를 없앤 특검법을 합의해 오면 얼마든지 받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임기의 반환점을 지나는 현재 개각이나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위한 검증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밝힌 것은 좋았지만 그 범위나 내용은 몰라도 쇄신의 기본 방향만이라도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에도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컸던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차피 대국민 사과가 목적이라면 사과다운 사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깊은 사과가 바람직했다. 그러나 아내도 '억울한 측면'이 있고 '악마화'되었다는 대통령의 말로 이미 게임은 끝났다. 최근 대통령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 원인이 된 명태균 의혹에 대한 해명도 반쪽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의 육성이 녹음된 "김영선이 해주라고 했는데 당에서 말이 많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어야 했다. 부인의 명품 백 수수 사건에 대하여도 정확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어야 했다. 소위 한남동 라인을 통한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하여도 입장을 명확히 하고 감찰 결과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면 평가가 조금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형식적 측면에서도 문제는 많았다. 사과하는 사람이 앉아서 하느냐는 어느 정치인의 비꼬는 말이 적절치는 않지만 적어도 시간을 정하지 않고 질문을 받기 위해 앉아서 진행함을 양해해 달라는 정도의 예의는 보였어야 했다. 양팔을 과도하게 벌린 소위 '쩍팔'과 가끔 터져 나오는 정혜전 대변인에 대한 반말, 열심히 한국말을 연습해 우리말로 질문하는 외신기자에게 '말귀를 못 들어 먹겠다'는 상스러운 표현 등은 보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두세 개 주제가 포함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이 길어지면서 미처 답하지 못한 질문이 있을 때 참모들이 이를 일깨워주어 빠진 답변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마치 대통령이 질문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였다. 또 추가 질문이나 무제한 토론 방식을 취하겠다고 해 놓고 추가 질문은 불가능했고 낮 12시 20분이 지나면서 목 아프다며 기자회견을 끝낸 것도 처음 약속과는 다르다.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다를 것은 예상한 바지만 일반 국민도 부정적 평가가 많은 것은 이번 사과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국민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곧이어 나올 이재명 대표의 위증 교사와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집단적 저항은 이미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이재명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호가호위하려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아부성 행태는 정치 혐오를 자극할 뿐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외부의 적이 강하면 내부는 서로 협력하고 단결하는 것이 보통인데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오히려 분열되어 갈등만 해온 결과가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 친한이니 친윤이니 하는 것이나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소통 미흡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철회의 원인이다.

 

국민이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치달으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되고 국민의 삶은 황폐해진다. 후반기 국정 정상화의 열쇠는 대선에 출마하면서 스스로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의 회복뿐이다. 정치는 법대로가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동의는 정치 세력이 존재하는 토대다. 의회 권력을 완전히 상실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