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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실수의 게임’ 화내면 끝없어… 바로 잊고 다음샷 집중해야[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골프와 분노의 심리학
상대와 하는 테니스 등과 달리
골프는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해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의 몫
가장 뛰어난 스윙 가진 벤 호건
“골프, 굿샷 아닌 배드샷의 경기”
실수 받아들이는게 현명한 선택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21세 이전에 2승을 달성해 ‘한국 골프의 미래’로 골프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김주형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유럽 DP월드투어와 KPGA투어가 공동 주관한 제네시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패한 후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라커 문짝을 파손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탓이다.
스포츠 경기 중 선수가 자신의 실수나 경쟁자의 플레이, 혹은 심판의 판정 등에 불만을 품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골프에서도 자신의 클럽을 내던지거나 부러뜨리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용 시설물을 부순 것은 도가 지나쳤을 뿐 아니라 자칫 민형사상의 책임까지 뒤따를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이런 분노 행동을 미리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분노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노가 왜 발생하는지 그 이유와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분노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일반적인 이론은 좌절-공격 가설이다. 자신이 원하거나 바라는 바를 얻거나 이룰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좌절과 함께 쉽게 분노한다는 것이다. 올 시즌 아직 우승이 없어 간절하던 터에 연장전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다잡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린 김주형이 딱 이런 경우다.
상대의 플레이에 그때그때 곧바로 반응해야 하는 테니스 같은 경기와 달리 골프는 언제 스윙을 시작하고 끝낼지 자신이 직접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남 탓 대신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유독 골프에서 실수가 나오면 자신에게 화를 내거나 욕설을 퍼붓는 골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골프의 본질은 실수에 있다. 2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시속 150㎞가 넘는 빠른 속도로 클럽을 휘둘러 동전 크기만 한 페이스 정중앙에 정확히 직각으로 공을 맞히기란 프로골퍼라도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했으면 골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윙을 가졌다는 벤 호건이나 메이저대회 최다승의 대기록을 보유한 잭 니클라우스(이상 미국)조차도 한 라운드에서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완벽하게 공을 치는 것은 겨우 3∼4번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을까. 호건은 골프란 굿샷(좋은 샷)의 경기가 아니라 배드샷(나쁜 샷)의 경기라는 말도 했다. 즉, 언제든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실수하더라도 가능한 한 피해가 작은 쪽으로 현명하게 플레이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 골프란 뜻이다.
PGA투어에서 통산 45승을 거둔 ‘매치플레이의 명수’ 월터 헤이건(미국)은 샷이 들쑥날쑥하기로 유명했다. 한번은 기자들이 그에게 샷을 실수했을 때 화를 내지 않는 비결을 묻자 자신은 항상 한 라운드에서 일곱 번 정도는 으레 실수가 나올 것을 예상하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실수가 나오면 “일곱 번 중에 이제 한 번 나왔구나”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다음 샷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분노에 관해 가장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는 화는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크게 쌓이므로 그때그때 적절히 분출해 주는 게 좋다는 것이다. 이른바 ‘카타르시스 이론’이다. 일면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이지만 현대 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정반대다. 화는 내면 낼수록 주는 게 아니라 신체의 각성 수준을 높여 오히려 더 증폭된다. 일단 한번 화를 내기 시작하면 중간에 쉽게 멈출 수 없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곧잘 빠져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고 무작정 화를 참는 것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골프가 실수의 경기란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실수를 받아들이며 다음 샷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라운드 중 수시로 치미는 분노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우리의 자세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