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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국제공익광고제 금상 수상자 강지성(사회학과 05)

  • 작성자 정으뜸
  • 작성일 11.12.19
  • 조회수 11846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날달걀을 깨서 세워 놓았을 때,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의 기분은 이런 것 이었을까? 이번 국제공익광고제에서 '내복약'이라는 작품으로 학생부문 1위 '금상'을 받은 강지성 학생의 작품을 보고 든 생각이다. 내복과 약을 합쳐 놓은 '내복약'이 가진 의미가 참 단순하다. 한 번 보고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심지어 다시 보고 싶다. 그는 과거 독도아카데미 운영진 팀장부터 현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재능기부센터에서 자신의 능력을 나누고 있는 멋진 청년이다. 그가 유독 공익광고에 열정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를 찾아 직접 물어보았다. 

전공이 사회학이다. 어떻게 처음 광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부모님께서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기 때문에 사회학과를 택했다. 고등학생 때 막연히 카피라이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후 군대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복학 한 뒤, 처음 광고기획론이란 수업을 들으며 광고학 공부를 시작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시험은 이렇게 봐라'하시면서 누군가의 시험지를 나눠준 적이 있는데 가만히 보니 내 시험지더라. 그걸 보며 '아 이게 내 길이구나!'라고 느꼈다.

광고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설레는 그런 사람인가? 광고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맞다. 광고는 내가 가진 아이디어로 사람들로 하여금 실천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밤을 새서라도 꼭 그 아이디어에 맞게 이미지 작업을 마쳐놓는다. 이번 국제공익광고제 '내복약'같은 경우에도 예전부터 생각은 가지고 있었고 미리 시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 완성도 있게 작업해서 출품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나는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멀미가 심해서 책을 읽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서있거나 앉아있으면 또 할게 없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역이나 전철 안에 부착된 광고물들을 살펴보며 '나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식으로 다르게 생각해본다. 머리를 싸매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보단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편이다.


공모전으로 처음 수상한 작품은 무엇인가?
2010년에 광동제약 옥수수수염차 공모전에서 팀을 꾸려 만든 작품으로 금상을 받은 것이 첫 수상작이다. 진로설정에 있어서 많이 고민하고 있을 때라 덜컥 큰 상을 받으니 자만심이 생기기더라. 하지만 그 이후로는 큰 상을 받아 본 적이 없어 그 자만심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었다. 지금은 그 작품을 보고 주위에서 나와는 애증관계에 있다고들 한다.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근 들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공모전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공모전 주최 측의 의도는 무엇인지, 심사위원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또 광고는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주제나 주변의 자료도 많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 아이디어가 이전에 제작된 적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혼자 또는 팀을 구성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각각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혼자 작업을 하게 되면 주변의 의견에 방해 받지 않고 일단 작업을 하고보니 내 주관대로 밀고나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팀 작업을 할 때는 팀원들과 내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팀원들이 모여 있기에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 전공자와 팀을 이룰 때는 아트적인 부분을 고려해 디자이너의 의견을 더 많이 듣는다.

출품을 하기 위해선 포토샵이라든지 어느 정도 컴퓨터 관련 기술이 필요한데, 혼자 익혔다고 들었다. 좀 대단하다. 어떻게 연마했나?
새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광고학 공부를 하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광고학과 학생들보다 디자인을 더 잘하면 되겠다'였다. 포토샵 관련 책을 한 권 사놓고 예제를 수없이 따라하고 블로그나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보니 나에게 편한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현재는 마우스 없이 노트북 패드로만 작업하고 있는데 디자인과 친구들이 놀랠 정도로 잘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 일단 부딪혀서 직접 해보는 것이다.

졸업생이라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취업에 대한 고민은 없나?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은 대학생일 때만 가능하다. 나의 현재 목표는 '토익 점수 없이 취업하기'이다. 막상 졸업반이 되다보니, 토익 점수가 필요한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점수에 불과하다. 그런 점수 말고 내 능력이나 그 동안의 공모전 참여로도 나를 충분히 어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까지 만든 작품들 중 '아, 이건 내가 생각해도 정말 기발하다'라고 느낀 것이 있다면?
기발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공감대가 느껴질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음주예방 포스터 공모전에 나가려고 카피를 떠올리기 위해 도로나 표지판 등을 관찰하고 다녔는데,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포기하고 집에 가다가 슈퍼 진열대에 막걸리가 있는 것을 보고 집에 가자마자 시의 형태로 카피를 제작했다. 그 때 제작한 카피가 '취중주행. 시동은 막걸리고 순간의 양심 없는 주행으로 당신은 소리 없는 주검 되어 가족은 맥없이 주저앉네'이었다.

첫 수상도 기뻤겠지만, 이번 국제공익광고제에서 금상을 거머쥐었을 때의 심정은 남다를 것 같다.
부모님께서 내가 광고하는 것을 반대하시다보니 거의 가출하다시피해서 월세에 학비, 생활비까지 벌어 쓰면서 광고 공부를 계속해왔다. 아버지께서 입원도 하신 상태라 불효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상을 계기로 부모님께 내 능력이나 진로설정에 대한 믿음을 심어드리는 기회가 됐다. 아버지께서는 금반지를 줍는 꿈을 꾸셨다며 내가 상을 탈 줄 알고 있었다고 기뻐하시며 축하해주셨다. 시상식은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는데, 그 전에도 행사장에 몇 번 가봤지만 이번에는 더 긴장됐다.

이제석 광고연구소 재능기부 센터에서는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광고천재 이제석'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재능기부 센터를 알게 되었다. 현업에서 일하시는 디자인 전공자나 봉사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 학생들이 팀을 이뤄서 동아리처럼 활동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아이디어나 시안을 내서 공익단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제석 대표님은 해외에서 활동 중이라 바쁘시지만 이번년도 6월부터 해서 10번 정도 만남을 가졌다. 이 분과 함께 광고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들이 소중하다.

독도활동도 그렇고, 왜 공익광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이제석 광고를 보고 공익을 위해 내 능력을 쓰면 되게 좋겠다고 생각을 해오고 있었고, 독도활동 같은 경우에는 친구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는데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일이라서 학생대표도 맡고 적극 참여 하게 되었다. 주로 국·내외 도서관에서 독도를 올바르게 표기할 수 있도록 오류 시정을 요구하고, 외국인을 상대로 인사동에서 거리홍보 퍼포먼스를 하고, 독도경비 대원들에게 초콜릿을 전해주는 행사에 참여했다. 기회가 주워 진다면 공익광고만을 다루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싶다. 대행사에 취직을 하게 되더라도 직접 제작을 하기보단 강연을 통해 멘토로서 광고 쪽 일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내 꿈을 전해주고 싶다.

마지막 학기를 어떻게 마무리 했나?
마지막 학기다 보니 12학점이 남아 사회학과 전공필수 한 과목과 광고학 수업 세 개를 들었다. 1학년 때부터 밴드 동아리 '아우성'에서 보컬을 맡아왔는데, 바쁜 척 하면서 신경을 거의 못썼다. 11학번 후배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 몸을 바쳐 가장 열심히 활동한 동아리라서 다시 열심히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타전공생이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더 떳떳할 수 있다. 꿈을 늦게 찾은 것뿐이다. 또 학교 안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능력으로 인정받는 학생들이 되길 바란다.

 

 그가 내뱉은 '토익 점수 없이 취업하기'는 하늘에서 별따기 보다 더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잠시. 인터뷰 후 그가 보내온 작품들을 보니 왜 그런 꿈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 시안 작업을 마쳐 놓는다는 그의 말에 참 성실하다고 느꼈다. 비록 공모전을 시작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서너 개의 상을 거머쥔 강지성 학생. 그의 광고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이 그 바탕이 된 것이다. 언젠가 길거리에서 그의 광고물들을 질리도록 보게 될 날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