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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이 살아있는 ‘2012 대학오페라페스티벌’

  • 작성자 정으뜸
  • 작성일 12.09.03
  • 조회수 13746

매년 예술의 전당에서 음악대학들이 한데 어우러져 '대학오페라페스티벌'의 축제의 장을 펼친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국민대학교, 한양대학교, 상명대학교가 참가했다. 우리학교는 9월2일부터 4일까지 무대에 올랐고 페스티벌은 올해를 끝으로 길고 길었던 대단원을 막을 내린다. 오페라의 단원들은 그 만큼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무대 위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껏 뽐냈다. 수백 명의 관중들 앞에서 펼쳐진 그들의 첫 공연과 무대 뒤에서 흘린 땀방울까지 생생하게 담아왔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대학 오페라 페스티벌
대학 오페라 페스티벌은 유명 오페라 가수에게만 허락해 오던 오페라 극장의 높은 문턱을 과감히 낮추어 신진 예술인의 재능과 끼를 표출하게 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우리학교는 푸치니의 단막극 중 비극 <수녀 안젤리카>와 희극 <쟌니 스키키>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을 위해 올해 1월 말부터 성악 옥상훈 교수, 국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김훈태 교수 지도 아래 7개월 동안의 맹연습을 해왔다.

음악학부 옥상훈 교수는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동안 방학 없이 노력한 학생들이 대견하고 작품이 어려웠던 만큼 연습을 많이 했으니 마무리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낌없는 격려의 말을 남겼다. 또 쟌니 스키키에서 라우레타 역을 맡은 장문영(성악 05)학생은 "이번 오페라에서는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서로 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연 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들의 이런 노력 때문인지 2일에 열린 첫 공연은 '전석 매진'기록을 세웠다.

 

수녀 안젤리카

<수녀안젤리카>는 모성애를 아름답고 애절하게 이끌어낸 작품이다. 단연 돋보인 것은 안젤리카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연기였다. 귀족 출신의 안젤리카 수녀는 정식혼인을 치루지 않고 아이를 낳은 죄로 집에서 쫓겨나 7년 째 수녀원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수녀원 앞으로 멋진 마차가 등장하는데, 마차에 타 있던 방문객은 안젤리카의 큰어머니인 공작부인이다. 그녀는 안젤리카의 과거를 비난하며 그녀의 모든 재산을 결혼하는 여동생에게 모두 양도하라 소리친다. 하지만 안젤리카의 관심은 오직 그녀의 아들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공작부인은 이미 2년 전에 병으로 아이가 죽었다고 냉정하게 말하고는 돌아간다. 슬픔에 빠진 안젤리카는 자살을 결심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아들을 향해 손을 뻗으며 숨을 거둔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아름다운 음악들이 연주되며 안젤리카의 연기를 빛냈다. 이어 처절한 피날레의 아리아 <아가야, 너는 엄마도 없이 죽었구나>가 흘러나오자 뜨거운 감동의 물결로 물들었다.


쟌니 스키키

<쟌니 스키키>는 죽음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배우들의 익살스런 춤동작들이 웃음을 자아냈다. 죽음을 맞이한 부호 도나티의 침실에 일가친척들이 모여든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단 그가 남긴 유산에 대한 유언장을 찾기 바쁘다. 하지만 유언장에는 전 재산을 수도원에 헌납한다고 적혀있다. 모두가 허무함에 빠지고 결혼을 앞둔 리누쵸 역시 걱정이 앞선다. 이에 리누쵸는 약혼녀 라우레타의 아버지 쟌니 스키키에게 도움을 청한다. 쟌니 스키키는 도나티의 시신을 숨기고 도나티 행세를 하며 유언장을 다시 작성하자고 제안한다. 친척들은 온갖 아부를 해대며 유산을 받게 해달라고 조르지만, 쟌니 스키키는 모두가 탐내던 재산을 "헌신적인 친구 쟌니 스키키"에게 상속하겠다고 선언한다. 친척들을 쫓아내고 라우레타와 리누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쟌니 스키키가 관객에게 "도나티의 재산을 이보다 더 멋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소?"라고 마지막 말을 외친다.

<쟌니 스키키>는 7백년이 지난 이야기 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심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명작으로 손꼽힌다. 재치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 속에 결국 사랑을 이룬 남녀는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와 <꽃피는 나무와 같은 피렌체>라는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며 두 번째 무대를 장식했다.

 

오페라의 막이 내리고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그들의 공연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무대 위 배우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도 그 열기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무대를 막 마치고 내려온 김시연(성악 10)학생은 "그 동안 연습한대로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숨이 찰 정도로 힘이 든데 모두 공연을 잘 마무리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또, 초대를 받아 공연장을 찾은 이현숙 씨는 "학생들의 공연이었지만 부족한 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재밌게 봤고, 특히 쟌니 스키키는 풍자를 잘한 것 같다"며 학생들의 공연에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다.

오페라는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등 모든 문화 장르가 녹아 눈앞에 펼쳐지는 하나의 예술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오페라를 '가까이 하기엔 먼 장르'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인들에게 선뜻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무대 연출과 의상을 모두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풍성한 볼거리와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들의 부족한 무대경험은 열정과 실력으로 무장해 프로 성악가 못지않은 공연을 보여줬다. '2012 대학 오페라 페스티벌'의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 음악학부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