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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숨은 손, 서연회를 만나다

  • 작성자 이진경
  • 작성일 13.11.06
  • 조회수 14522

 

고요한 도서관, 그 정숙한 분위기 속에 책을 옮기는 손길들이 소리 없이 분주하다. 얇은 책, 두꺼운 책, 인기 도서, 전공 서적 등등 책이라면 가릴 것 없이 그들의 손을 거쳐 책꽂이에 안착한다. 복잡한 청구기호에 따라 책을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는 그들은 다름 아닌 '서연회'다. 서연회(書緣會:책으로 맺어진 인연들이란 뜻)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근로 학생들이 질서와 체계를 잡아 함께 일하며 꾸려 나가며, 수많은 책들을 정리하는 성곡 도서관의 숨은 일꾼들이다. 계절이 바뀌고, 방학과 개강이 오가는 1년 내내 성곡 도서관을 위해 일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서연회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도서관에는 여러 종류의 근로 학생들이 있는데 서연회가 하는 주된 업무는 국민*인들이 대출했던 도서를 반납하면 이를 수거하여 제자리에 꽂는 것입니다. 도서관이 운영되는 시간 동안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일을 하고 운영시간이 끝나면 전체적으로 뒷정리를 합니다. 새로운 책이 들어오는 것과 같이 서가 정리를 해야 될 경우 몇 백권에 다다르는 책들을 나르고 옮기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1학년 새내기 때부터 4학년 졸업할 때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한 학기당 3-40명의 학생들이 일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멤버들끼리 친분이 쌓여 동아리적인 특성을 띄게 되었습니다. 체계적인 일처리를 위하여 근로 일정이나 근무 시간 등에 관한 회의를 하고 회의 후에는 뒤풀이로 친목을 다지기도 합니다. 주기적으로 MT도 가는데 다양한 학년이 갈 뿐만 아니라 졸업한 선배들도 함께하기 때문에 선후배, 동기들 모두 화목하게 교류하고 있습니다. 

서연회의 활동 기간 및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서연회는 도서관 열람팀의 지원 하에 있는 근로 학생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필히 지켜야 되는 근로 시간이 있습니다. 한 달을 기준으로 1학년은 30시간 이상, 2학년은 20시간 이상 일해야 합니다. 시험기간에는 각자 시험 공부를 하느라 일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1주일에 몇 번 이상 나와야 된다는 규칙을 만들어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학 중에는 도서를 대출하는 학생 수가 감소하므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일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때때로 큰 작업을 지시하면 그에 따라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서연회에 들어오기 위한 기준이 있나요?

서연회는 교내의 일반 근로학생들처럼 한 학기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전 학년에 걸쳐 계속 일해야 하기 때문에 신입생만 뽑고 있습니다. 매년 1학기에 해당년도에 필요한 인원에 맞추어 선발하고 충원 인원이 필요할 경우 2학기에도 선발합니다. 1차적으로 지원서를 받고 지원서를 낸 학생 전부 면접을 보는데, 서연회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선후배 간 교류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성실하면서도 활발하고 능동적인 학생들이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모집 공고는 성곡 도서관 사이트에 공지하며 신청양식은 도서관 1층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서연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여러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근로를 병행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활동이라는 점입니다. 아마 많은 대학생들이 열심히 일을 하거나 많은 친구들을 사귀어 인맥을 넓히거나 혹은 선배에게 값진 조언도 듣는 등 하고 싶은 일들이 무척 많을 것입니다. 이런 일들을 동시에 해내기란 쉽지 않은데 서연회를 통해서 할 수 있습니다. 틈틈이 일하기에 공연히 허비하는 시간이 없고, 도서관에 오랜 시간 있는 만큼 책과 가까워지게 됩니다. 또 졸업 후에도 연락을 자주 할 만큼 사이가 돈독합니다. 여느 과에서 하는 행사처럼 매년 '서연인의 밤'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졸업한 높은 학번의 선배들과 재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장기자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국민*인들에게 당부할 점이 있나요?

책을 보신 뒤에 아무 곳에나 책을 던져놓고 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서가 군데군데에 있는 북트럭에 책을 놓아주시기 바랍니다. 어디에서 뽑아왔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도 북트럭에 올려두시기만 하면 저희가 잘 정리해놓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책을 훼손시켜 반납하는 경우가 있는데 국민*인들이 함께 보는 책이니 빌려갈 당시의 상태대로 잘 보시고 반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장의 인터뷰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회원들과도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도서관에 자주 간다면 쉽게 볼 수 있는 얼굴들이다. 그들이 서연회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국민*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근무 요일과 시간이 빼곡히 적힌 칠판과 그 칠판 한 구석에 꽂혀있던 단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활짝 웃는 얼굴이던 그 사진을 보니 회장과 회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서연회의 매력이 제대로 느껴졌다. 바로 '친목도모'와 '근로'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서연회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었고, 그들이 쉴 틈 없이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힘을 내어 책을 옮기고 정리할 수 있게 돕는 원동력이었다. 넓다란 도서관 안, 어딘가에서 오늘도 묵묵히 책을 정리하고 있을 서연인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