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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찾습니다 #13] 섬세하고 따뜻한 여성음악PD, 윤하얀(시로스카이)을 만나다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13.12.09
  • 조회수 17240

 

지난학기 정치외교학과를 수석 조기 졸업한 윤하얀씨(정치외교학과07)는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여 누구보다 당당하게, 즐겁게 자신의 길을 창조하여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윤하얀씨를 직접 만나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대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현재 여성 힙합 프로듀서 '시로스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며  시로스카이의 음악은 여성 특유의 감각과 섬세함이 녹아있다. 지난 2010년 첫 앨범을 발매한 시로스카이는 MC스나이퍼가 대표로 있는 스나이퍼사운드의 떠오르는 여성 신예다. 그는 위로와 휴식의 음악관을 추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힙합 프로듀서로 입문했다. 시로스카이는 이미 유명 미국 아티스트인 Philip clark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믹스테입으로 시로스카이를 언급했고, 해외 유명 힙합 커뮤니티 '더 워드 이즈 본즈(The word is bond's)에서 2012년 전문가가 뽑은 최고의 앨범 후보로도 거론될 만큼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카푸치노 거품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음악을 추구하는 재즈힙합프로듀서 윤하얀(시로스카이)씨를 만나보자.

 

Q. 시로스카이를 소개해주세요. JAZZ 힙합 프로듀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저는 재즈힙합음악을 만들어서 제 음반을 제작하고 '시로스카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시로스카이는 저의 이름 '하얀'을 일본어로 바꾸니 '시로'인데, 어감이 무언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이름을 직접 사용한 만큼 제가 보여주고 싶은 많은 스펙트럼의 음악들을 만들어보고 싶어 제가 좋아하는 '스카이'라는 단어를 조합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은 재즈힙합이라는 장르가 대중화 되어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마니아층이 많이 형성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 프로듀서들과 공동 작업을 하여 해외에서도 활동 하여 저의 확고한 영역을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재즈힙합프로듀서들도 저와 같이 자기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하고, 또는 작곡가로 활동해서 다른 가수들에게 궁합이 잘 맞는 곡을 만들어 주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Q.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유? 전공한 분야와 다른 길을 걸어가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할 때만 해도 정치컨설턴트나 정치심리학자가 되어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본래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제가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차선책으로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일이고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대학교 2학년 겨울, 제가 스스로에게 나의 꿈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음악)이 있는데 실제로 충분히 경험해보지도 못하고 정치학이 천직이라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설득하여 1년 반 동안 휴학을 하면서 아르바이트와 함께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시작조차 막연하였지만 다양한 경험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태원 클럽에서 견습생으로, 언더그라운드 쿠루 활동을 하면서 실용음악학원 특강을 청강하기도 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국민대 음악학부 약용준 교수님의 컴퓨터 음악수업 감사하게도 청강을 허락해주셔서 1년 동안 컴퓨터음악 수업을 들으면서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공부하지 못한 것이 핸디캡이라고 항상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의 강점이 되었습니다. 사회현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토대로 음악을 만들 수 있고, 사회적 메시지를 음악에 담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정치외교학을 통해서 배운 사회과학이 제 자신을 더욱 강하게 성장시켜 주었다고 믿어요.


Q. 언제, 어떤 장소에서 주로 노래의 영감을 받나요?
저는 주로 계절이나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여름이 오기 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을 좋아합니다. 꽃이 피면서 푸르게 변하는 변화를 보는 게 즐겁고, 한 해가 시작 된지 얼마 안 되서 이번에는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날까 항상 기대되는 설렘으로 가득차서 인지 영감이 잘 떠오릅니다. 또는 즐겨보던 책이나 주변 친구들이 하는 말을 통해 생각하고 있다 보면 일상 속에서 멜로디가 생각나거나 나타내고 싶은 곡의 질감 등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별 생각 없이 곡을 만들기도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무의미 하게 두드렸던 MPD가 우연히 참신한 조합을 나타내기도 하기 때문이죠. 아마 다른 뮤지션들도 저와 비슷한 경험으로 곡을 만들 겁니다. 저의 음악에는 주로 자연이나 사물, 제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많이 담으려고 합니다. 따뜻한 테라피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Q. 시로스카이의 음악은 항상 생동감 넘치고 따뜻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윤하얀씨의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곡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곡 자체에 집중이 되는 음악보다는 가구처럼 오랫동안 가만히 두고, 사색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기에 좋은 음악들이요. 앞으로 계속 음악활동을 하면서 더욱 더 많이 생각해보고 수정해 나가야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은 '저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즐겁게 만들면서 보람 있고 따뜻한 삶을 살아보자'라는 것이 저의 삶의 철학입니다.

 

Q. 내가 '음악PD'라는 직업을 선택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커피숍에 있을 때 우연히 내 노래가 나올 때, 가끔 텔레비전을 틀었는데 내 노래가 나올 때 가슴이 벅찰만큼 떨리고 정말 행복합니다. 종종 친구들이 제 노래를 듣고 생각이 나서 연락이 올 때도 있어요. "어디 갔는데 네 노래가 나오더라." "이번 노래 정말 마음에 들더라" 등등 이런 얘기를 들을 때도 정말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저에게 행복한 순간을 순위로 따지기에는 정말 어렵습니다. 살아가는 순간 마다 항상 즐겁고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직업인 '음악 PD'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Q. 취업과 스펙 등으로 스트레스 받는 국민*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자신의 음악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제 앨범 중에 영국에서 현재 솔튼 페이퍼로 활동 중인 MYK와 함께 작업하여 무료 앨범으로 공개한 'adaptation'을 가장 좋아합니다. 취업과 스펙 등으로 스트레스 받는 국민*인들이 듣기에도 좋은 앨범입니다. 특히 무료앨범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도 받아 들을 수 있고 일반 mP3 다운로드사이트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웃음) 가사의 내용을 곱씹어 보면 감사와 용기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Adaptation이란 단순히 '각색'혹은'순응'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세상에 안주하며 살자는 뜻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안에서 마음의 평화를 이루면서 느긋하게 휴식처럼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 들으면서 길거리를 걷기에도 좋아요. MYK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감사함 그리고 사랑의 철학이 가득 담긴 가사도 정말 아름답게 나왔습니다. 흔히들 이 앨범을 공부를 할 때나 생각을 정리하게 듣기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운로드 : http://cultclassicrecords.bandcamp.com/album/adaptation)

Q. 시로스카이에게 JAZZ 힙합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재즈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멜로우 힙합이냐, 애시드재즈 음악이냐 등으로 사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는 어쩐지 재즈힙합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것이 제일 좋더라고요. 기본적으로 힙합이라는 바탕에 있지만 어떠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제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으로 턴테이블이나 건반으로 즉흥적으로 제 기분을 연주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 힙합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말 할 수 있겠네요.

 

Q.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힙합 프로듀서로서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나요?
사실은 우리나라에 여성힙합프로듀서가 많지 않아서 프로듀서디제이로는 사실상 활동하는 여성뮤지션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여성뮤지션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마니아층이 형성이 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응원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게 최고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단점이 무엇인지 찾지 못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스나이퍼 사운드 뮤지션들 취미활동이 낚시나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저는 그 둘 다 즐기지 않는 편이라서 자주 어울릴 기회가 없다는 것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은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다른 뮤지션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Q. 여성 힙합 프로듀서로 꿈을 이루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은 어디서 받았나요?
제가 어렸을 때, 저의 아버지는 배우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 보다 대중문화와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당시 대중가요는 1세대 힙합(현진영, 듀스, 솔리드 등)과 R&B들이 조금씩 인기를 얻던 때였는데 저도 자연스럽게 그 음악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0살 정도부터 랩 가사를 쓰다가, 12살 즈음에 인터넷으로 케이크워크라는 프로그램의 데모를 다운받아 시퀀싱프로그램을 혼자 연구해본 적이 있어요. 저장이 되지 않아서 컴퓨터로 녹음하고 또 만들고 하면서 곡을 만들면서 연습을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였는데, 언더그라운드 힙합크루에서 활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레슨을 받던 중에 당시 선생님이었던 페니라는 뮤지션을 통해 프로듀서로 첫 데뷔를 하게 되었습니다. 정치외교학 전공 공부와 동시에 음악을 하려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열정의 시간들이었고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Q. 전공과 다른 진로의 길을 선택한 국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내가 먼저 문을 두들기는 사람이 되라"
제가 사회로 나와 활동하다보니, 음악을 전공했으면 아마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느끼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사람 몸을 공부한 것처럼, 어떤 공부이든지 하나의 끈처럼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스나이퍼 사운드에 들어왔을 때도 제가 먼저 사장님께 부탁드리고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들을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어른들은 절대 열정적인 사람을 내치지 않으니까, 용기 있게 들이대고, 아니면 말고! 긍정적으로 살아갑시다. 제가 생각했던 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스스로가 미래를 창조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일부러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이상향을 즐기고 살고 있습니다.

 

혹시 전공과 다른 진로를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고민하는 국민*인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자신이 행복한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어떤 선택을 하든지 정해진 정답은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먼저 걱정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무궁무진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꿈을 위한 거침없는 도전을 펼쳐보았으면 좋겠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 나선다면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