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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시간, 얼마나 걸리세요?

  • 작성자 최예지
  • 작성일 15.07.17
  • 조회수 10247

대학은 우리가 처음 겪는 작은 사회다. 자신이 자란 우물에서 갓 벗어난 개구리가 처음 마주한 세상이랄까. 같은 동네,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대학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서울부터 부산, 전주, 거제, 제주도는 물론 해외에서 온 친구들까지 가지각색이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거나 학교 근처에 기숙사를 이용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기숙사도 있다. 최근에는 쉐어하우스를 찾는 대학생들도 많아지고 있다. 통학시간이 길어지면 잠도 부족하고 체력적인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팀플이나 과제가 쏟아지는 학기 중에는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꽤 먼 거리에 살면서도 통학을 고집하는 국민*인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Q1. 보통 통학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어떤 경로를 이용하나요?

저는 수원 장안구에 살고 있어요. 국민대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 3년 동안 수원에서 통학했어요. 그때는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했었는데 광역버스가 생긴 후부터는 버스를 이용해요. 왕복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비 오는 날, 월요일 아침이나 금요일 저녁에는 4시간 이상 걸리죠. 아침 9시 수업이 있으면 늦어도 6시 50분에는 출발해야 하니까 6시에 일어나요. 다들 아시겠지만, 아침에는 1분 1초가 소중하잖아요. 당연히 아침밥은 포기하죠. 잠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는 밥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게 이득이니까요.

Q2. 통학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아침에 통학할 때는 라디오를 들어요. 아침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는 시사나 뉴스 관련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자주 듣는 프로그램은 ‘시선 집중’이나 ‘손에 잡히는 경제’라는 프로그램이에요. 긴 통학시간 덕분에 다양한 시사 이슈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어요. 매일 아침에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보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침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들으면서 긴 통학시간의 지루함도 달래고 시사 이슈도 접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통학 거리가 먼 대학생에게 유일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웃음)

 

Q3. 오이도 쪽에 사신다고 들었는데 통학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통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네. 정확히는 시흥시 정왕동에 살아요. 편도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니까 왕복 5시간 정도네요. 친구들이 오이도 쪽에서 통학을 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죠. 그래도 다행인 건 지하철 4호선을 정왕역에서 타면 길음역까지 한 번에 올 수 있어요. 아침 9시 수업은 무조건 피하려고 하는 편인데,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에는 집에서 6시에 나와야 하거든요. 늦어도 5시에 일어나야 해요. 그런데도 통학을 고집하는 건 가족들이랑 떨어지는 게 싫어서예요. 집이 머니까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은데 그래도 짧은 시간이나마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좋아요. 자취나 기숙사 생활을 하면 외로움이 클 것 같아서요. 가족들이 있는 집이 제일 편하고 좋잖아요.

Q. 통학과 관련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나요?

작년에 지하철 4호선이 갑자기 탈선되는 바람에 갑자기 운행이 중단된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사당역에 있었는데 갑자기 내리게 돼서 정말 당황스러웠죠. 학교 근처로 가는 버스도 없고 운행 중단이 꽤 오래 지속되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어요. 결국 2호선, 3호선, 6호선을 환승해서 고려대역까지 가야 했어요. 다행히 같은 학교 친구가 차로 고려대역에서 저를 태워주어서 겨우 학교에 도착했어요. 그날 아침에만 지하철 4개 호선을 다 갈아탔던 거죠.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웃음) 그렇게 온갖 수난을 겪고 강의실에 도착했는데 수업은 거의 끝났고 교수님은 출석도 부르지 않으셨어요. 불행인지 다행인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웃프다’라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것 같아요. (웃음)

 

Q5. 어떤 면에서 모범생이 되나요?

저는 3호선 끝인 대화역 근처에 살아요. 일산 쪽이긴 하지만 지하철역에서 더 들어가야 하니까 편도로 2시간 정도 걸려서 심리적 부담이 있죠. 불편하긴 하지만 자취나 기숙사를 택하기에는 정말 애매한 거리예요. 그래서 3년째 통학을 하고 있는데 차가 끊기기 전에 일찍 들어가야 하니까 강제적으로 모범생이 돼요.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갖다가도 교통편이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 하니까 술도 덜 마시게 되고, 정신도 차리게 되고요. (웃음)

Q6. 통학과 관련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저는 지하철 종점 역이라서 항상 앉아올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다른 학우 분들도 이용하실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학교 셔틀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거예요. 물론 다들 아시겠지만 학교 셔틀버스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불광역에서 셔틀버스를 타는데 불광에서 버스 타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여기 버스 노선이 1개밖에 없어서 항상 사람이 많고 특히 아침 시간에는 정말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거든요. 그런데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하게 앉아서 갈 수도 있고 정류장마다 정차하지 않으니까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어요. 정말 고마운 셔틀버스죠. 또 얼마 되지 않는 돈이긴 하지만 버스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돈도 절약할 수 있고요. 작은 돈도 모이면 큰 돈이 돼요. 이렇게 아끼는 돈을 한 달, 일 년, 학부 4년으로 계산해보면 은근 큰 도움이 될걸요. (웃음)
 

 

이들은 긴 통학 시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는 대신 통학시간을 이용해 자신에게 투자하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성실함을 몸에 익히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그 안에서 스스로 배우고 깨달아가는 멋진 국민*인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흥미로운 것은 ‘만약 학교를 옮긴다면 어디로 옮기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세 응답자 모두가 집 앞이나 시내가 아닌 길음역 근처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과 멀어 다소 불편한 점이 없진 않지만 그보다 뛰어난 자연환경과 경관을 가진 국민대학교의 장점을 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