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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우리학교! - 쉼터 조형물편

  • 작성자 김현지
  • 작성일 15.11.06
  • 조회수 12102

인간관계에 이런 말이 있다. ‘가깝고 익숙해지면 그 사람의 소중함을 간과할 때가 많다.’ 이건 인간관계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도 해당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국민대학교 쉼터 내 조성된 조형물들을 들고 싶다. 쉼터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이다. 항상 지나다니며 공강 시간엔 수다의 장소로 변하기도, 식사의 장소로 변하기도 한다. 그 주변엔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조형물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 지나다니고, 쳐다보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조형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잘 모른다. 아니 적어도 한 번쯤은 의문을 품었을 수도 있다. ‘뭘까? 왜 저렇게 신기하게 생겼지?’라고 말이다.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국민*인들과 늘 무심코 스쳐만 갔던 국민인*들을 위해 준비했다. 쉼터 조형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1<예술관과 7호관 사이 쉼터>

 

제목: 빙카터널

작가: 입체미술 전공 12학번 임정현

작품해설: '빙카터널'은 높이 2미터, 폭 4.5미터의 사람이 직접 지나갈 수 있는 큰 터널 모양의 형태다. 그래서 체험해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금 이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고, 앞으로 많은 미래를 지날 수 있도록 주문을 걸어준다는 의미다. 이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추억’이라는 꽃말을 담고 있는 ‘빙카’ 꽃을 사용했고, '빙카' 꽃의 오묘한 보라색을 입혔다. 그리고 임정현 작가가 좋아하는 철재 재료와 자신 있는 용접이라는 제작방법을 이용해 완성했다. 임정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바람을 표현했다.

 

 

제목: TEATIME UNDER THE SEA

작가: 입체미술 전공 12학번 심지윤

작품해설 : 컵 모양 벤치의 천장에 물그림자 같은 모양의 그림을 그려 물속에서 쉬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심지윤 작가는 3학년 때부터 건망증이 심해졌다. 그 이유는 일이 많이 겹쳐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편하게 쉬는 '여유'에 관해 관심이 갔고, 자신이 언제 가장 마음이 편해지나 생각해보니 물놀이 때 투명튜브를 타고 물속을 가만히 볼 때 사방이 고요해지는 기분 좋음을 느꼈다. 또 오후에 점심 먹고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그런 것들을 형상화해 만들게 되었고, 이 작품을 통해 ‘한낮의 휴식시간은 조용한 물속을 바라보는 것처럼 내게 편안함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전달한다.

 

 

제목: VIEW

작가: 입체미술 전공 12학번 박해리

작품해설: 여성을 향한 편견 섞인 시선은 폭력적이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바삐 속눈썹을 올리고 있는 여성을 보았다. 전형적인 여성들의 화장 소품이지만 형태와 취해지는 행동에서는 마치 불도저같이 폭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실제 속눈썹을 집는 뷰러의 입구 부분을 더욱 확대하고, 그 형태를 뒤집어 불도저와 비슷한 느낌을 연출해 형태적인 폭력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남성들이 군대에서 주로 입는 군복의 밀리터리 패턴을 넣음으로써 거칠고, 강인한 느낌을 주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여성의 것이지만, 동시에 강력한 남성적인 느낌을 내기도 하는 중성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박해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에 대한 사람들의 잠재적인 편견을 집아내고자 했다. 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남성인가요. 여성인가요.’

 

 

 

제목: IMAGE- BUILDING

작가: 입체미술 전공 12학번 정지윤

작품해설: 정지윤 작가는, 자신과 보드게임 ‘젠가’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10년 전의 성격 검사 결과지를 찾았을 때다. 결과지에는 그녀 자신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점에 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쓰여 있었고, 그 원인은 이미지빌딩 때문이었다. 젠가처럼 상대방의 평가에 의해 좋은 부분은 가져오고 나쁜 부분은 빼며, 모습을 만들었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내가 만들어진 셈이다. 정지윤 작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투명한 아크릴 재료를 사용해 독특하고 예뻐 보이는 색깔(오렌지컬러)로 자신을 만들지만, 완벽히 가려지지는 않는 물성을 가진 아크릴 재료를 사용했다. 또, 보드 게임을 하는 동안은 흥미진진하게 블록들을 쌓아올리지만(building), 그 끝내 무너진 후 다시 온전한 모습을 찾기 위해 다시 차곡차곡 쌓는 행위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고 되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는 걸 말한다.

 

 

 

제목: 잃어가는 우리의 色

작가: 입체미술 전공 11학번 이사라

작품해설: 이사라 작가는 여행을 좋아해 다른 나라를 많이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인종을 만나 교류했다. 특히 그 나라의 문화와 민족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고, 한국의 정체성과도 비교했다. 한국은 외래문화에 대한 수용이 빠름은 물론이고,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를 정의하기도 힘들다. 사실 한국의 전통문화나 미로 대표되는 한복, 강강술래 같은 놀이는 우리의 것이 아닌 한국의 옛것이라고 보는 쪽이 더 바르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잃어가는 개성을 한국을 대표하는 강아지인 ‘진돗개’에 비유했고, 진돗개를 감고 있는 쇠사슬은 외래문화로 나타내었다. 또한, 이사라 작가는 진돗개를 감고 있는 쇠사슬로 하여금, 자의와 타의에 의해 다른 나라 문화에 노출된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목: SILHOUETTE WALL

작가: 입체미술 전공 11학번 강지현

작품해설:  ‘외형에 세뇌되어 모든 것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라는 주제로 스테인레스 철에 도색을 해 만든 작품이다. 견고한 벽 같지만 투명하게 훤히 뚫린 형태는 바깥과 안을 차단하는 본래의 역할을 사라지게 한다. 그렇게 벽과 벽 사이를 둘러싼 공간에 들어간 사람들은,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마음껏 넘나들 수도 있다. 이 점에서 작가는 의문을 던진다. ‘과연 이것은 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보이기에는 전혀 벽의 형태가 아니지만, 벽의 형태가 남아있는 이것은 ‘과연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눈을 통해 인지하는 진실에 대한 혼란을 주고자 했다. 또, 그동안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고자 했다.

 

 

 

제목: 듣고 있어?

작가: 입체미술 전공 12학번 여환지

작품해설: 여환지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할 말만 하고 남의 얘긴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생각했다. ‘아, 어.’ 이런 식으로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말이다. 여환지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녀 또한 똑같이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도 'ㅇㅇ'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들의 의미도 없이 ‘남발해대는’ 대답에 대응해서 ‘ㅇㅇ’도 여러 쌍을 만들어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작품들을 학교 쉼터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완성했다.

 

 

목: 다른 출발

작가: 입체미술 전공 11학번 김재경

작품해설: 김재경 작가는 ‘태어날 때는 모두 똑같은 알몸으로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지만, 똑같이 태어났다고 해서 그 후에도 같은 조건을 가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씨앗을 예로 들어, 깊이 심어진 씨앗은 얕게 심어진 씨앗보다 더 길게 줄기를 뻗어야만 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얕게 심어진 씨앗보다 더 튼튼해지는 조건이 될지, 약하게 자라게 되는 이유가 될지는 모르지만 둘은 확실히 다른 형태다. 그것은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될 아이의 인생과 많은 것을 극복해야 할 환경에서 자라게 될 아이의 인생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그래도 김재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위치에 심어졌든, 모든 씨앗이 빛을 보기 위해서 흙을 헤치고 나올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또 그러한 생명력을 가진 것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2 콘서트홀에서 복지관 가는 길 사이 쉼터

 

제목: BEYOND THE SPACE

작가: 입체미술 전공 11학번 장해미

작품해설:  작품은 먼저, 관객들에게 ‘장소 없는 공간’을 제시한다. 관객들은 문을 지난 후 들어서는 순간 또 다른 문이 있는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기능 없는 공간들과 문을 열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마지막 문을 나서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나온 자신이 문을 여는 순간마다 들어가는 행위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태까지 나가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는 걸 발견한다. 장해미 작가는, 장소의 첫인상을 주는 ‘문’을 보고 사람들은 공간을 예상하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또 미리 속단해버리는 인식체계에 부정적 의문을 던지며, 관객들이 그 공간을 지날 때마다 각자의 답을 상상하길 희망한다는 마음을 담았다.

 

 

제목: HELLEO MONDRIAN

작가: 입체미술 전공 11학번 김민경

작품해설: 김민경 작가는 그녀의 주변에, 미술 중에서도 특히 추상화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추상미술 중 가장 유명한 몬드리안의 작품을, 주제의 기반으로 잡았다. 그 기반에 일반관객들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친근한 캐릭터(스파이더맨, 미키마우스, 스티치, 스펀지밥, 피카츄)를 이용하여 새롭게 재해석해 표현했다. 이로써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제목: 내가 그러지 말랬지

작가: 입체미술 전공 09학번 남현우

작품해설: 남현우 작가는 아첨하는 사람들이 마치 파리처럼 보이고 속물처럼 보여 싫었다. 그래서 가까이서 볼 때 징그럽다 느낄 수 있을 곤충인, 파리를 작품의 주제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파리 머리를 더욱 극대화해 아첨하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작가가 느꼈던 거북한 감정을 반대로 들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남현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다.

 

#3 북악관 쉼터

 

제목: 형(形)

작가: 입체미술 전공 조병섭 교수

작품해설: 개교 60주년 행사의 일환인 기념조형물 설치계획에 따라 작품이 제작 설치되었고, 부드러운 곡선과 완만한 볼륨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유기적 추상 형태이다. 교내 건물은 직선의 사각형 구조로 주를 이루고 있다. 작품은 이러한 환경이 주는 딱딱한 경직성에서 벗어나 생명의 힘과 따뜻한 인간애의 정서함양에 역할을 하리라 본다. 또 조병섭 교수는, 3개의 기둥이 합쳐진 꽃봉오리 형태인 이 작품을 통해 민족사학의 틀을 기초한 초기 국민인, 학교위상을 높이고 발전시켜 나가는 현재의 국민인, 웅대한 꿈을 세계로 펼쳐나갈 미래 국민 인의 기원을 담았다.

 

 

실제 쉼터 안에 있는 조형물들은 입체미술전공 학생들의 활발한 조각전, 전시회 등의 작품들이 대다수였다. 또 현재는 몇몇 작품들이 야외전시까지 나가고 있어 원하는 조형물을 찾았을 때 당장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야외전시가 끝난 뒤엔 학교로 다시 돌아오니, 금방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무엇이든 뜻을 알고 난 뒤에는 나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대단한 의미를 품고 그 자리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전보다 조금 더 가치 있어지는 것이다. 또 실제로 조형물들을 만나보면 알아가는 즐거움 때문에 애써 전시회에 가 작품들을 구경하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작품의 의미를 상상해보면서, 창의적인 생각과 새롭게 재해석해보는 시각까지 얻어 갈 기회도 만날지 모른다. 더불어 국민대학교 안 쉼터 전시회는 학기마다 새로운 조형물들로 바뀌기까지 하니, 꼭 전시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 관심을 두는 만큼 조형물들은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