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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김유진(국문 03), 전병호(국문 05) 동문

  • 작성자 박수연
  • 작성일 10.08.22
  • 조회수 16711


세상은 가상 결혼이 판을 치고, 내 인연은 어딜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마치 결혼은 내 일이 아닌 듯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소중한 인연은 멀리 있지 않는 법이다. 영원히 사랑을 맹세할 사람이 바로 내 옆에 있을 수도 있다. 그 기적 같은 인연을 찾았다면 단단히 잡아야 하는 법. 국민대학교에서 만난 인연을 이어 화촉을 밝힌 두 동문이 있다. 김유진(국문 03), 전병호(국문 05) 동문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Chapter 1. 그 남자 그 여자, 만나다.

 

▲예전 나누었던 편지를 보며 얘기를 나누는 두 동문

 

두 분은 언제 처음 만났나요?

유진: 처음 만난 건 학교에서였죠. 아이러니하게도 학교를 다닐 당시에는 서로 알기만 하는 사이였어요. 같은 학과에 이런 선배가 있더라, 이런 사람이 있더라 하는 정도로 말이죠. 서로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았어요. 둘 다 활발히 과 활동과 학회 활동을 했었고 학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참, 괜찮다. 라고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아, 그런가 보다 했었죠.

제대로 기억나는 건 제 졸업식 때였어요. 아버지가 오셔서 사진 촬영하는 병호씨를 보고 아, 저 사람 사위 삼아야겠다. 하시는 거예요. 그 때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버지가 왜 그러시나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해요. 아버지는 사진 찍는 모습이 뭔가 믿음직스러워 보이셨나 봐요.

그 이후로 어떻게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나요?

병호: 저는 그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유진씨는 임용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지치고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가끔 문자를 하다 보니 몇 번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보았을 때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점점 서로에게 끌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었네요.

사귄 이후로 정말 불꽃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처음 만난 게 8월 2일로 기억하는데 제가 다음 달에 캐나다로 유학을 가는 상황이어서 거의 매일 새벽 3시까지 만나고 5시에 일어나 통화하고 또 다음 날 만나는 식으로 1달을 보냈어요. 그 이후 4달 후 다시 만날 때까지도 자주 통화를 했죠. 더 애틋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Chapter 2. 그 남자 그 여자, 사랑하다.

같은 학교, 같은 과라서 교제 동안 더 통하는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병호: 우리 둘 다 학교를 무척 좋아해요. 유진씨도 과 활동과 학회장으로서 학회 활동을 열심히 했었고 저도 학교를 무척 좋아해서 학생회도 하고 여러 활동을 했죠. 아는 선후배들도 많이 겹치고 아무래도 얘깃거리가 많죠. 졸업한 지금도 가끔 정릉에 가서 학교 산책을 하곤 해요. 같은 과이기 때문에 통하는 점이라면 아무래도 국문학과이고 직업이 선생님이기 때문에 맞춤법이나 어문 표기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곤 해요. 이 말은 이렇지 않았나? 하고 서로 물어보기도 하고요. 

서로 특별한 프러포즈를 했다고 들었는데요.

병호: 전부터 유진씨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특별한 프러포즈를 고민하던 중 평소 즐겨 보았던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를 통해 프러포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기획사에 전화도 하고 여러 가지 준비를 했어요. 연극이 끝나고 재연을 하면 선물을 준다는 식으로 그녀와 함께 무대에 나간 다음 진심을 다해 쓴 편지를 읽어주며 프러포즈 했습니다. 그 때의 사진을 잘 보면 유진씨 울고 있어요. 많이 감동을 받았나 봐요. 

 

▲두 동문이 즐겨보던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유진: 정말 감동받았어요. 커플들에게 '그 남자 그 여자' 라는 연극을 꼭 추천해요. 내용적으로도 사귀고 있는 연인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줘요. 연극을 통한 프러포즈가 저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답을 해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신문을 통해 대답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그래서 신문 생활지에 그 대답을 실었어요. 그날 아침, 신문을 보라고 얘기를 해주었는데도 보지 않아서 애가 탔죠. 결국 본 병호씨가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내주었어요. 뒤늦게 그 신문을 사기 위해 고생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서 행복했습니다.

 ▲ 왼쪽은 전병호 동문의 연극 프러포즈 당시 사진, 오른쪽은 신문에 실렸던 김유진 동문의 대답.

 

 

Chapter 3. 그 남자 그 여자, 약속하다.

 

같은 학교, 같은 과여서 결혼할 때 일어난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병호: 결혼식 날 많은 친구들이 와 축하해주었습니다. 두 사람 다 국민대학교 학생이다 보니 하도 국민대 친구들이 많아서 우리 학교 친구들만 모아 따로 사진을 찍을 정도였어요. 같은 과다 보니 겹치는 친구들도 많아서 부주를 2번 낸 친구들도 있더라고요.

유진: 제가 어릴 적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 친구들 중에 가장 먼저 결혼을 한 저에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갔다고 많이 놀렸죠. 저의 생각을 바뀌게 해준 병호씨가 있어서예요. "아,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해도 되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기는 언제가 되든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결혼을 일찍 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두 동문의 결혼 앨범 사진.

 

두 분이 무척 사이가 좋아보이시는데 비결이 있나요?

병호: 우리는 거의 싸운 적이 없어요. 서로에게 존대를 쓰는 게 자연스럽고 무엇이든 배려를 잊지 않아요. 시간이 남는 사람이 집안일을 하고 힘들 때 도와주고 함께 해나가는 일들이 정말 행복해요. 그 어떤 일이든 함께 해줄, 나를 믿고 도와줄 지지자가 내 옆에 있다는 건 신기하고도 행복한 일이죠.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지금처럼만." 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에 대해 늘 배려를 잊지 말고 힘이 되어주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렇게 계속 지금처럼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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