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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전자신문] 시급한 엔지니어링 교육 개혁/유지수 총장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4.03.05
  • 조회수 7017

 자동차 산업을 비롯해 국내 이공계 인력 수급 문제는 고급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대학에서 인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이는 두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엔지니어링 분야를 선택하는 학생의 질과 양이 과거에 비해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에는 기계공학과, 원자력학과, 전자공학과 등에 의대 못지않은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또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들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공대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질적인 측면에서 하향화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류’가 전 세계인들이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인 것은 삼성의 ‘갤럭시 노트’와 현대차의 ‘쏘나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동차는 세계 2차대전 이전에 ‘이미’ 강대국이었던 국가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었지만, 우리나라가 일약 세계 5위가 됐다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경외심까지 보이고 있다.

결국 엔지니어링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만일 엔지니어링을 선택하는 학생이 적어 진다면 이는 국가 장래가 어두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공대에 오면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이 확산돼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특히 자동차 및 전자 분야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인력 수급 측면에서 우리나라 주력 제품의 미래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원 감축 정책에 따라 국내 대학은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우리나라 경제의 초석인 엔지니어링 분야의 인력 공급이 줄어들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이 중요한 시점이다. 엔지니어링 인력 양성에 국가, 대학, 기업이 합심해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가 고부가가치 경제를 건설하려면 반드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이 뒷받침돼야 한다.

두번째 문제는 대학 교육이다. 현재까지 교육부는 연구논문을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해 왔다. SCI와 파급요인(impact factor)이 마치 선진 연구의 절대적 평가기준인 것처럼 간주된다. 미국 교수들에게 우리나라는 SCI 논문으로 업적을 평가한다고 하면 모두 의아해 한다. 연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돼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과 영국의 교육을 보면 명확히 구분된다. 독일에서는 과학(science)보다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춰 학부와 대학원 교육이 이뤄진다. 반면 영국은 학문적이며 이론적인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두 나라를 비교하면 대학 교육의 결과가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론은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에 의한 것은 아니다. 다만 두 국가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추론할 뿐이다.

독일 공대는 실천적인 교육을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실전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또 실천적 연구에 집중하므로 산학 협력이 당연히 잘 진행되고 있다. SCI 논문만으로 보면 유명한 독일 공대의 교수 일인당 SCI 논문 수가 우리나라 최고 대학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엔지니어링 연구와 현실성 있는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대학이 따라 갈 수 없는 경쟁력을 독일 공대는 보유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대학은 국가 경제가 가고 있는 방향 즉,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과는 거리가 먼 SCI 논문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전자 분야에서 SCI 논문을 최고로 많이 쓴 교수가 전자 부품 하나도 설계하지 못한다고 하면, 이 논문의 가치가 과연 무엇일까 의구심이 간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이다. 정부와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의 방법도 과감히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만든 게임의 룰 속에서만 경쟁하고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 SCI 논문을 갖고 애써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우물 안 개구리 리그(league)’라는 이름의 개그콘서트다. 국가 미래를 위해 실천적 연구와 교육 개혁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보기 : http://www.etnews.com/20140304000186

출처 : 전자신문 기사보도 201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