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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조선일보] 대학 옥죄는 規制 풀고 市場에 맡겨라/현승일(사회학과) 명예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4.05.07
  • 조회수 6659

지금 한국의 대학들은 규제로 말미암아 발전이 정지돼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허물어지고 있다. 교육과 연구를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창의적인 분위기도 거의 사라지고 없다. 그럼에도 대학으로부터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서는 이런 대학의 현실을 잘 모른다.

몇 년 전부터 교육부는 이른바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내걸고 대학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 결과를 행·재정적 제재와 연계시키고 있다. 교육부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평가의 주요 지표는 졸업생 취업률, 교수의 연구논문 등재 건수, 국제화 지수, 교수 충원율, 교지 및 시설 확보율 등이다. 그리고 평가 결과에 따른 제재는 재정 지원 제한, 학생 정원 감축, 대학들의 강제적 통폐합, 퇴출 등이다.

이러한 평가지표와 제재는 그 하나하나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평가지표 작성, 평가 실시, 평가 이후 제재 종류 결정과 집행을 모두 교육부가 한 손에 장악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어느 순간 교육부의 전제적 권력 앞에 벌벌 떠는 초라한 을(乙)이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대학의 발전 및 학생과 학부모의 대학 선택을 위해서도 각 대학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잘못된 잣대를 들이대는 교육부가 평가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학문과 연구의 분야별 내용과 특성을 잘 아는 대학인과 외부 관련 전문가들이 중심에 서야 올바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취업만 하더라도 취업의 질(質)과 전공별 특성이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미술 전공 졸업생을 회사 서기로 취직시켜 취업자 수를 한두 명 더 늘렸다고 해서 그 대학의 미술 교육이 더 우수한 것도 아니겠고, 미술 전공자가 굳이 취업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또 사립대의 재정은 등록금 책정을 포함해 각 사립대가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하고, 반값등록금은 국·공립대에만 적용하는 것이 옳다. 학생과 학부모가 사립대를 택할 것인지 국·공립대를 택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정부는 교육 기회의 평등을 위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학비가 비싼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장학금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대학 지원 정책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 간 경쟁에서 뒤떨어진 대학은 다른 대학과 통폐합을 하든 문을 닫든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면 대학 사회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사립대의 경우 설립자 등 투자자들이 학교 시설을 국가에 헌납하거나 공장으로 전환하거나 매각하거나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대학 취학 인구의 감소로 앞으로 10년 이내에 현재 202개 4년제 공·사립대 중 약 100개는 문을 닫아야 할 전망이다. 교육부에서는 행·재정적 제재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입학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부실 대학이 재정 지원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교육부에 의한 구조조정이 어떤 모양새로 이뤄질 것인지 신뢰가 가지 않을뿐더러 교육부가 과연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짐을 질 능력이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학이 대학답게 발전할 수 있게 하려면 대학을 시장원리에 맡기면 된다. 대학의 자율을 가로막는 규제는 그것이 법률적 규제든 행정적 규제든 혹은 숨은 규제든 풀 것은 풀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다만 교육부가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은 있다. 교육행정적인 관리이다. 즉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게끔 대학 운영의 건전성을 감시하고 대학 간 경쟁에서 공정성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것으로써 교육부는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06/2014050602628.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보도 2014.05.07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