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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중앙일보][대학생칼럼] 나는 신문의 미래를 믿는다 / 송기승(러시아학과 08)

  • 작성자 박차현
  • 작성일 14.10.13
  • 조회수 5594

“신문기자에게 미래가 있어? 사양화된 샐러리맨 아니야? 미국 구인구직 정보업체가 꼽은 ‘10대 몰락 직종’에 속하잖아!”

오랜만에 보는 한 친구가 반갑게 안부를 나누다 툭 내뱉은 말이다. 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 애써 참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모멸감을 맛보았다. 신문기자는 내게 낭만이기 때문이다. 울컥했다.

서재필·장지연·함석헌·장준하·천관우·김영희. 이름만 들어도 가슴과 핏줄이 뜨거워지게 하는 그들이 새삼 떠올랐다. 우리는 애국지사, 민족의 지도자,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신문기자다. 나라와 민초를 늘 걱정하며 목숨을 초개처럼 내어놓고 지면에 정론을 펼친 이들이다. 신문기자는 대중에게 존경과 추앙을 받았다. 권위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 지형은 많이 변했다. 시사 주간지 ‘시사인’이 지난 8월 말 방송과 신문을 망라해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JTBC는 KBS(24.3%)에 이어 2위(14.8%)를 차지했다. MBC(12.3%)와 SBS(7.5%)가 뒤를 이었다. 대중은 신문보다 방송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의 신뢰와 권위는 왜 추락했을까. 단순히 방송 때문일까.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전략은 무엇일까. 한국편집기자협회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주제는 ‘미디어의 디지털 변환과 미래의 저널리즘’이다. 주목할 만한 발표가 있었다. 더이코노미스트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총괄자인 마크 존슨은 10년 만에 독자 수를 75% 늘린 비결로 ‘믿을 수 있는 필터’ ‘미래예측 능력’ ‘글로벌 관점’ ‘긍정적 변화의 옹호자’로 정리했다.

관건은 콘텐트가 아닐까 싶다. 세련된 포장은 그 다음이다. 시대정신을 꿰뚫는 안목, 용기가 뒷받침된 사실 취재와 깊이 있는 탐사 기획, 언어를 보석처럼 적실하게 세공하는 미학적이고 친절한 글쓰기는 결코 유행 타는 일이 없을 것이란 새뮤얼 프리드먼의 말을 나는 믿는다. 나의 낭만에 모욕을 주었던 그 친구에게 신문의 낙관할 만한 전망과 파란만장한 신문의 역사를 당당하게 고하러 집 밖으로 나간다. 미국의 헨리 워드 비처 목사가 자신의 설교집에 남긴 말을 가슴 한편에 품고 그 친구에게 힘있게 달려간다. “신문은 일반 서민의 교수다.” 영국 경제학자 리처드 코브던의 말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타임스 한 부는 투키디데스(고대 그리스 역사가)의 역사책 전체보다 더 유익한 지식을 담고 있다는 말을 믿는다.”

송기승 국민대 러시아학과 4학년

 

원문보기 :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10/11/15650786.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