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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상 이 작품] 퓨전 아닌 국악의 진화 / 김희선(교양대학) 교수 심사 리뷰
음악의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바라볼 때 한국음악의 좌표는 어디쯤일까.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진지한 이 시대의 관객이 있다면 여성국악듀오 ‘숨’의 음악하기에 관심을 기울여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숨이 연주하는 국악의 장르는 딱히 뭐라 얘기할 수가 없다. 한때 유행처럼 번져가던 퓨전국악이 아닌 건 분명하고 전통의 길 위에 있긴 하지만 전통음악의 레퍼토리가 주 종목은 아니다. 서정민과 박지하, 젊은 두 여성주자가 여러 개의 악기를 다룬다. 주된 악기는 개량된 25현 가야금과 피리지만 여기에 생황, 양금, 태평소, 인성, 징 등으로, 이번 연주에서는 박우재의 거문고를 더해 보기도 헸다.
지난 9월 23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공연된 ‘숨 2nd 공연’은 전통음악이나 현대화와 대중화의 기치를 내건 국악가요나 퓨전국악의 세대가 아닌 자기화된 음악을 선보이는 새로운 국악세대의 존재를 마음껏 드러내 주었다.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던 현대화된 관습에 도전하듯 자신들이 작곡하고 연주하고 악기도 필요에 따라 망설임 없이 취사선택하는 자유로운 음악하기를 보여주었다.
이들의 도전이 젊은이들의 호기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음악하기에 대한 진지함 때문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면서도 시대와 일상을 담고자 하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전통의 길 위에 있고자 노력하는 것은 그들의 레퍼토리를 통해 읽힌다. ‘열림: 신 신방곡’과 ‘도시 아리’는 시나위와 아리랑을 자신들만의 버전으로 재해석했고 ‘패싱 레인(Passing Rain)’ ‘안개 속 나무를 바라보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사실 오랫동안 국악계에서 계속된 것이긴 하지만 숨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기본적으로는 악기를 다루는 기교의 완성도와 두 사람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아우라가 관객에게 잘 전달된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숨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초청과 찬사를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거창한 국악 세계화의 기치나 많은 국악관현악의 음악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민족주의적 의식은 사실 이들 음악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다소 현학적이거나 자신의 내면에만 충실한 듯 보일 수 있던 전작들에 비해 힘을 많이 뺀, 편안하고 소통을 염두에 둔 작품들로 채워졌다. 아마 이러한 숨의 개성이 동시대 한국적 소리로 이해되면서 전 세계의 페스티벌과 극장에서 초청을 받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숨의 음악하기는 시대적 양식에 대한 고민과 실험, 특히 젊은 국악의 한 스타일과 그러한 음악이 국내외를 넘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좋은 전례를 만들어내면서 전통의 길 위에서 작지만 분명 의미있는 오솔길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51&newsid=01272646606284408&DCD=A405&OutLnkCh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