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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여자 친구보다 자동차가 좋다` / 국민대 `KORA`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7.01.24
  • 조회수 10992
19일 서울 정릉동 국민대학교 공학관 지하 1층. 50평 남짓한 작업장은 영하를 밑도는 기온에도 열다섯명의 청년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붉고 푸른 용접 불꽃이 거침없이 튀는 가운데 드릴과 사포질로 '드르륵드르륵' '쓱싹쓱싹'소리가 작업장을 울렸다. 이들은 국민대 자작자동차팀'KORA(KOOKMIN Racing)'의 팀원들로 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07 Formula SAE Competition(FSAE)'에서 우승을 목표로 마지막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FSAE는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주최하는 '대학생 자작차(自作車) 경주대회'로 젊은 자동차 공학도에겐 '꿈의 무대'로 통한다.

KORA는 올 해 FSAE에 국내에서 참가하는 유일한 팀이다. 전국 몇몇 대학에서 FSAE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동차 자작기술이나 서류 준비 부족 등의 이유로 불발됐다. KORA의 올 해 자작 자동차의 컨셉은 '꽃버선'. 꽃버선에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곡선이 깃들어 있어 이를 응용한 부드러운 유선형의 자동차를 디자인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데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KORA는 최근 퓨전디자인대학원 학생들과 공동 작업을 통해 자동차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요즘엔 '꽃버선 자동차'의 심장격인 엔진 개조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KORA가 보유한 자동차의 엔진은 두 개. 하지만 지난 해 대회때 무리한 경주를 펼치다 한 개가 금이 가는 바람에 온전한 엔진은 단 하나뿐. 그런데 이마저도 2005년 선배들이 제작한 자동차에 장착돼 있었다. 고심 끝에 이들은 이 자작차의 엔진을 빼내 재활용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만든 작품에 메스를 댄다는 것은 후배들로선 '예우'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KORA 회장 김민수(25.기계자동차공학부 3년)씨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자식 같은 차의 엔진을 도려내는데 어렵게 승낙했다"고 말했다.

국민대 자작자동차팀 ‘KORA’가 ‘2007 Formula SAE Competition’에서 선보일 꽃버선 자작차의 디자인 초안

 


KORA가 FSAE 참가를 위해 자작차 작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해 7월부터. 팀원들은 이후 서로를 '노가다꾼'이라고 부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막노동을 한다고 해서 서로 붙인 별명이다. 학기중에는 수업이 끝나면 작업장으로 달려갔고 방학중인 요즘엔 아예 작업장에서 숙식을 해결할 정도가 됐다. 작업장에서 만난 KORA팀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먼지가 묻은 남색 작업복에 얼굴에는 그을음이 서렸고 머리는 막 자다나온 듯 헝클어져 있었다. 한 학생은 지난 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했다. 그는 "여자 친구가 자동차랑 잘 먹고 잘 살라며 떠났다"며 "여자친구보다 차에 미쳐 있다"고 말했다.

KORA의 올 해 목표는 '우승'. FSAE는 보통 세계 30여개국에서 140개 팀 가량이 참가한다. 이중 레이스를 완주하는 팀은 30 ̄40개가 채 넘지 않는다. KORA는 이번 대회에서 꼭 '상금'을 타야 한다. "1등에게만 주어지는 3만달러의 상금을 차지해야 내년에도 후배들이 마음놓고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FSAE는 참가상은 물론 2.3위에게조차 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이 있느냐고 묻자 김만호(25.기계자동차공학부 3년)씨는"운전자(드라이버)가 지난 해보다 20kg 가벼우니 훨씬 빨리 달릴 수 있겠죠"라며 웃었다. 김씨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총 22km를 달리는 내구 레이스에서 드라이버의 신체조건은 기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KORA는 또 "올 해 자동차는 어느 해보다 완성도를 높였다"고 자신했다. 먼저 꽃버선을 차용한 디자인으로 차체가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에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했다. 차체와 타이어의 간격 등을 조정해 주행성능도 한층 높일 수 있었다. KORA가 내놓을 자작차 사이즈는 2380mm, 280kg.

국민대 자동차공학전문대학원 김상섭 원장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굵은 땀방울 흘리는 것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미래에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주인공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민대 자작자동차팀 'KORA'의 팀원들이 오는 5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2007 Formula SAE Competition'의 우승을 목표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원본 : http://news.joins.com/article/2574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