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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조성권 칼럼] 꿈은 행동해야 이루어진다 / 조성권(경영대학원) 객원교수

  • 작성자 김예나
  • 작성일 17.12.06
  • 조회수 5846


조성권 초빙논설위원 · 국민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꿈은 행동해야 이루어진다 

꿈 얘기에 간혹 등장하는 영어 조크. 50년 전 안현필의 ‘영어실력기초’에서 읽었다. 
부자 동네 공원에서 노숙하는 거지가 있었다. 벤치에 모로 누우면 공원 건너 대저택의 2층 침실이 바로 보였다. 거지는 비록 딱딱한 벤치에서 잠들지만, 부자의 호화로운 침대에서 자는 꿈을 매일 밤 꾸었다. 그 침대에서 잠자는 부자는 공원 벤치에서 잠자는 거지를 보면서 그 벤치에서 잠자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부자의 제안으로 어느 날 잠자리를 서로 바꿔 자게 됐다. 호화로운 침대에서 잠자고 싶었던 거지의 꿈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한밤중 벤치에서 곤하게 잠든 부자를 거지가 흔들어 깨웠다. 벤치를 내놓으라며 투덜댔다. “벤치에서 잘 땐 늘 호화 침대에서 자는 꿈을 꾸었는데, 그 침대에서 자니까 벤치에서 웅크리고 자는 꿈을 꾸더라고.” 

꿈이 반대로 꾸어진 건 ‘반동 효과’ 때문이다. 반동 효과는 ‘하지 말라’는 지시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 일에 집중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잠을 자기 전에 ‘안 좋은 일에 대한 꿈을 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일부러 생각을 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그쪽으로 기울어 그 꿈을 꾸게 될 확률이 높다고 뇌 과학자는 설명한다. 거지는 부자의 침대에 누우면서 ‘이게 꿈은 아니겠지. 벤치에서 자는 꿈이나 꾸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거지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거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꿈은 ‘꾸다’의 명사형. ‘꾸다’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다’란 뜻이다. ‘돈을 꾸다’에도 쓰인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니 꿈속에서는 못할 일이 없고 갖지 못할 게 없다. 꿈을 가지는 이유다. 꿈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하다 못해 달라는 말이라도 해야 한다. 꿈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꿈은 행동해야 이루어지고, 그래야 꿈꾸는 자의 것이 된다. 
꿈은 보여야 한다. 꿈은 뇌에 저장된 기억 중에서 거의 무작위로 불러온 영상이나 소리로 이루어진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은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 보는 게 중요하다. ‘보다’란 말은 거의 모든 단어에 붙는다. 들어 본다. 만져 본다. 맛본다. 디뎌 본다. 먹어 본다. 던져 본다. 그리고 ‘꿈꾸어 본다’도 있다. 우리는 봐야 믿고, 믿어야 움직이고, 움직여 얻어야 확실한 내 것으로 여겨 가치와 의미를 두려 하게 된다. 입학 원서를 내면서 그 대학 학생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 맞선 본 사람과 결혼도 하기 전에 그 사람과 함께하는 인생을 그려 본다. 그렇게 봤던 모습이 꿈에 나타난다. 

본 게 다르니 제각기 다른 꿈을 꾼다. 지도자들은 조직을 잘 이끌고 싶은 꿈을 꾼다.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꿈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두 가지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나는, 구성원들이 자기와 같은 꿈을 꿀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 꿈을 수치로 계량화해 보여주고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기도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가 제시한 것과 같은 꿈을 꾸기란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지도자들은 구성원의 꿈을 대신 이루어 주려고 한다는 데 있다. 얼마 전 13초 동안 40여발의 비처럼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사선을 넘어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의 탈북 꿈이 이루어졌다. 그의 꿈은 자신이 꾸고 행동하여 얻었기에 가치를 지니고 의미 있고 빛났다. 그러나, 그런 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누군가가 헬기에 태워 탈북시켜 줬다면, 거저 이루어진 꿈이 그렇게 빛나지 않을 것이고 꿈의 반동 효과마저 나타날지도 모른다. 

대통령도 꿈을 꾼다. 선거 공약과 구호, 취임사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꿈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국민들도 자신과 같은 꿈을 꾸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꿈은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새로운 대한민국 창조’가 많다. 그런 대통령들의 큰 꿈에 비해 업적이 적은 게 흥미롭다. 국민과 같은 꿈을 꾸게 하자면 표현에 모호성이 없어야 한다. 꿈은 볼 수 있게 구체적이어야 하고 국민 각자에게 적실하게 와 닿아야 한다. ‘잘살아 보자’, ‘하면 된다’처럼 국민 각자가 대통령과 같은 꿈을 꾸기 위해 행동하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을 국민들은 강한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문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지난 대선에서는 ‘인간이 먼저다’였고, 이번 선거에서는 ‘나라를 나라답게’였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며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면서 대통령의 꿈을 국민들에게 다시 보여줬다. “그동안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져야 했던 국민들께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국민 모두가 각자 자신에게 맞는 대통령과 같은 꿈을 꾸고 이루어나가기 위해 뛰게 할 섬세한 언어는 없었다. 꿈이 거저 이루어지면 고마움은 잠깐이고 오히려 반동효과도 있을 텐데도 말이다.

이전 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새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면 국민들이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뛰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정부가 들어선 지 지난달로 6개월을 넘긴 요즘, 이전 정부시절 한때 시중에 돌았던 대통령 강약론이 다시 돌고 있어 씁쓸하다. ‘이승만 대통령은 강했고 윤보선 대통령은 약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강했고 최규하 대통령은 약했다’는 식으로 ‘강약 대통령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는 그 얘기 말이다.
 

원문보기: http://www.ajunews.com/view/20171205092925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