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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이후 / 윤동호(법학부) 교수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함께 결국은 검사가 독점해왔던 강제수사에 관한 영장청구권도 경찰이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기소와 재판을 구별하듯 수사와 기소도 철저하게 구별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충실히 작동시켜서 인권 보장의 수준을 제고해야 한다. 탄핵주의를 현재의 시점에서 실현하는 것이다.
수사의 97%를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수사와 기소 및 기소유지 절차는 검사가, 재판 절차는 판사가 주도한다. 검사는 3%의 수사를 하면서 기소 및 기소유지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판사는 영장을 통해 강제수사를 통제하지만 수사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 형사전문가를 주로 행위의 존재론적 의미, 곧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는` 수사전문가와 주로 행위의 구성요건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법정에서 고민하는` 법률전문가로 구별한다면 경찰은 수사전문가로, 판사는 법률전문가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검사는? 검사는 수사전문가인 경찰이 아니라 법률전문가로서 사법기관으로 불리는 판사에 가깝다. 수사전문가라기보다는 법률전문가라는 생각이다.
극히 부분적으로 이뤄지는 수사 지휘도 엄밀히 말하면 대부분 법률 지휘다. 수사 역량을 갖춘 검사일지라도 검사가 직접 수사하면 기소를 전제로 한 무리한 수사와 부당한 기소를 낳을 수 있다. 기소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수사에 적극적일 것이고, 기소할 마음이 없다면 수사에 매우 소극적일 것이다. 특히 올해부터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가 가능해져서 약식명령청구를 비롯해 기소 업무에 종전보다 더 충실해야 한다. 검사가 경찰의 수사를 통제함으로써 시민이 얻는 이익보다 검사가 신중하고 충실한 기소 및 기소유지를 함으로써 시민이 얻는 이익이 더 커졌다. 공판검사의 4배에 가까운 수사검사는 이제 법정으로 돌아가야 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다음은 경찰 권한 분산이 수순이다.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자치경찰제도의 시행이 필요하다. 경찰 수사 구조도 개혁돼야 한다. 수사 구조 개혁은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수사를 받는 데 목적이 있다. 피의자는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고소인에겐 어떤 이유에서 처벌받을 만한 범죄 행위가 아니라고 봐야 하는지 이해시켜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 이전에는 검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
이렇게 되려면 경찰은 수사전문가지만 검사나 판사에 버금가는 법률 소양을 겸비해야만 한다. 특히 시민이 자주 접하는 일선 경찰은 인권과 법치 민감성을 제고시키고 수사 역량을 강화시켜야 한다. 피의자에 대한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도입은 소통하는 수사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하다.
책임수사를 위해 경찰은 수사 절차에서 입건과 송치 여부에 관해 재량권을 가져야 한다. 경찰은 재량권을 행사해 유죄의 가능성과 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할 때만 수사를 개시하고 범죄자와 피해자를 증거로 납득시키는 수사를 한 후에도 그 판단에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때만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흔히 훈방으로 번역하는 다이버전(Diversion)의 한 형태인 이른바 입건편의주의와 송치편의주의를 법제화해야 한다. 이는 기소 단계에서 검사에게 인정되는 훈방인 기소편의주의에 견줄 수 있다. 물론 경찰의 재량권 내지 훈방권 행사에 대한 불복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며칠 전 정부가 내놓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기본 방향은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옳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재량권에 관한 오남용 우려와 수사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담겨 있다. 그래서 검사의 다양한 통제권과 특수사건 수사권을 남겨둔 것이다. 지속적인 수사 역량 강화와 인권친화적 수사로 이런 우려와 불신을 걷어내는 것이 경찰의 향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