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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사제동행 세미나] 호응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01.10.16
  • 조회수 20237


2001년 10월 15일(월) - 동아일보 -


“제가 본 풍선은 꿈과 희망이었어요.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의 몸에 붙어 있던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잖아요. 의지와 상관없이 꿈과 희망이 멀어지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아요.” (안지혜·23)


“저에게 풍선은 현실의 상징으로 다가왔어요.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는 마지막 장면은 어머니의 죽음이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던 주인공이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했어요.”(김용민·24)


최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노천카페 ‘사브리나’. 바탕골소극장에서 실험극 ‘풍선교향곡’을 관람한 뒤 17명의 대학생들이 ‘풍선’이란 소재를 놓고 각자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곧이어 이야기의 화제는 연극의 작품성과 연출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너무 관념화된 느낌이야.”


“맞아. 특히 무대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사진을 투영한 장면은 너무 많이 써먹은 소재여서 상투적이야.”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정작 뭘 전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었어.”


생맥주잔 부딪치는 소리가 잦아지고 “오징어 땅콩 추가요” 하는 소리가 높아지는 테이블이 늘면서 얘기의 주제는 진로 연애 친구문제로 넘어갔고 시간은 어느덧 밤 12시가 넘어섰다.


국민대(총장 정성진) 연극영화과 3학년 전공수업 중 하나인 ‘사제동행 세미나’의 한 장면이다. 이날 수업에는 3학년 수강생 18명 중 11명이 참석했으며 지난해 이미 수업을 들은 4학년생 5명이 찬조출연했다.


유일한 1학년생인 홍주선군(19)은 “밥과 술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선배의 꾐에 넘어가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선배들의 진지한 고민과 교수님의 따뜻한 충고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실험 강좌〓‘사제동행 세미나’는 국민대에서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2000년 1학기부터 국내 처음으로 실시한 실험 강좌. 학부제 실시 이후 전공이나 학과에 대한 소속감이 희박해진 학생들에게 교수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수업을 보다 창의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만들었다. 48개 학과 전공 107개 과목으로 출발했으며 지금은 50개 학과 전공 131개로 늘어났다. 최대 수강인원은 15명.


교무처 담당자 문종찬씨(35)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학교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면서 “다른 대학에서도 수업진행 방식이나 장 단점에 대한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수업방식과 공간〓사제동행 세미나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수업방식과 공간. 수업 장소는 학생과 교수가 함께 의논해 정하는데 학교 세미나실이나 실험실은 물론 극장 기업체 공장 시장 박물관 복지시설 등 어디든 가능하다.


수업방식은 과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한 국문과 교수는 특정 거리의 간판에 나타난 국어 사용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주었고 교육학과 교수는 벽지학교와 대안학교를 견학하도록 했다. 법학과 교수는 학생들을 서울과 경기도 인근의 교정시설을 방문케 했으며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김치박물관을 방문했다.


국문학과 교수인 신대철 시인은 “판문점 등 군사지역에 데려가 함께 토론하고 시를 썼는데 학기초 메말랐던 학생들의 정서가 서정적으로 바뀌더라”며 놀라워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교에서 한 학기에 최대 20만원씩 지원해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벗어나면 차비 경비 밥값 방문기관 기념품 등 많은 비용이 든다”며 학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과 사랑〓연극영화과 이혜경 교수는 “문화현장에서 수업이 이뤄지다 보니 딱딱한 교과서 속 이론보다는 살아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수업을 통해 제자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는 이 교수는 “요즘 여대생들은 일과 결혼의 병행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인 반면 남학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고 얘기했다.


특히 연극 연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직업적인 불안정성과 사회적 편견, 그리고 자신의 예술적 재능과 기회에 대한 불확신 등으로 고민이 더 많다.


4학년 권세연씨(23)는 “연기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지 예술경영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1, 2년 안에 결혼해 빨리 안정을 찾은 뒤 나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연영과 여대생의 결혼관은?▼


여대생들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어떤 남자를 신랑감으로 꼽을까? 국민대 연극영화과 3학년 여대생 6명에게 그들의 꿈과 결혼관을 들어 봤다.


▽정원정〓결혼은 하고 싶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마친 뒤 가급적 늦게 하고 싶다. 꿈은 뮤지컬 배우.


▽홍미란〓나이는 상관없다. 서른살이 넘어도. 하지만 결혼은 꼭 해야 한다. 연극배우가 되고 싶다.


▽윤인조〓하고 싶은 일 다한 뒤 결혼할 생각이다. 그래도 노처녀란 얘기는 듣기 싫은 만큼 서른살 이전에 할 생각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다 해볼 생각이다. 회사도 차려 돈도 벌고 싶다.


▽박윤지〓사랑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아직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친구같은 사람과 마흔살이 넘어 결혼하고 싶다. 제작자나 연출가가 꿈이다.


▽김예리〓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얻은 다음에 결혼하고 싶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능력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성격이다. 영화 연기를 하고 싶다.


▽송하영〓결혼은 일종의 ‘동업’이라고 본다. 능력이 1순위, 성격이 2순위다. 학벌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