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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여론마당]국민대 교수 이기종/수능 난이도差 너무 중시말자

  • 작성자 박정석
  • 작성일 01.11.06
  • 조회수 19042
2001. 11. 5 - 동아일보 -

이제 내일이면 또 다시 전국을 들썩이게 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아마 대통령 선거 못지 않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고, TV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도 이 시험에 관한 보도로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매년 화제가 되는 것은 시험이 작년에 비해 어느 정도 어려웠는가, 혹은 쉬웠는가 하는 것이다. 올해 시험이 이전에 비해 쉬웠는지 아니면 어려웠는지는 어느 누구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전년도에 비해 평균 성적이 높았다고 하자. 이 경우 시험을 전년도보다 쉽게 출제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 시험이 전년도보다 쉬웠거나 또는 수험생들의 능력이 전년도보다 더 우수하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갈수록 시험 문항이 정형화되어 수험생이 기존에 출제된 문항을 살펴보고 이에 기초해 다가올 시험에 대비하고, 그 결과 시험이 어렵게 출제됐다 하더라도 실제 능력보다는 연습의 효과로 문제를 쉽게 풀어낼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시험의 쉽고 어려움의 정도가 예년과 같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외뿔소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단 한번의 시험이라는 중압감, 그리고 고교를 수능시험이라는 버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안은 이 시험을 여러 번 치르게 하는 것이다. 이 시험이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시험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나 수험생 개인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시험이라는 점에서 합의과정을 통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합의된 수준에 정확히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출제기관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시험을 여러 번 보면 이들 시험의 수준이 똑같지 않아 어떤 것을 선택해 대학수학능력의 지표로 삼아야 할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런 우려는 대부분 원점수가 몇 점이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가를 따졌던 과거의 진로지도 관행에서 비롯된다. 물론 ‘원점수가 몇 점이면 안정권이야’라는 정보는 수험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원점수는 시험이 쉽게 혹은 어렵게 출제되었는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시험간의 비교 잣대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다.

이런 불편함을 야기하지 않는 비교의 잣대가 바로 원점수와 함께 보고되는 표준점수(난이도 편차를 고려한 점수)다. 따라서 시험을 여러 번 본다고 해서 시험간의 수준을 곧바로 비교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 당면한 과제는 대학의 요구나 고교 교육의 정상화 측면 등을 고려, 수능시험의 적정 수준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학수학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표준점수가 도입된 이상 미세한 시험수준의 변화에 집착하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야기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기 종(국민대 교수·교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