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를 들고 나온 건 좀 엉뚱했지만 심사위원들은 감동받았다. 올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홍정표(28.홍익대 대학원 조소 전공.사진)씨는 거센 물살을 가르며 대양을 누비는 거대한 상어를 도시 복판에 부려놓고 짐짓 'Art Is(미술이란?)'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술이 무엇이냐, 사람들이 참 어려워 하지요. 상어가 나타났다 하면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요. 저는 관람객이 미술품에 가깝게 다가서기를 바라면서 무서운 상어를 예쁘게 꾸몄습니다. 이건 상어다, 바로 알아보고 아름답다 즐기면서 미술에 유혹당하기를 바랐습니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를 재료 삼아 고혹적인 상어 만들기에 꼬박 한달 열흘이 걸렸다는 홍씨는 "함께 밤새며 도와준 후배들 덕"이라고 겸손해 했다.
"제 조각을 작품이라 받들어주기보다는 보는 이가 '저거 정말 재미있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에 대한 평가도 위대한 미술가보다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다'였으면 좋겠고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를 제 작품으로 꾸며 신나는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그는 상금 1000만원으로 외국을 실컷 돌아다니겠다고 했다. 조각에 매달려 집에 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모르는 아들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안 하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이 상이 작은 기쁨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글=정재숙, 사진=장문기 기자 johanal@joongang.co.kr
*** 올 매체부문 첫 신설 … 내달 5일부터 전시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포스코가 협찬하는 제26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은 입체 부문에 응모한 홍정표(28)씨의 'Art Is(미술이란?)'에 돌아갔다.
우수상은 이주은(35)씨의 'on the floor(마루 위에서)', 김경은(25)씨의 '점자', 김진선(25)씨의 '희생', 박성원(29)씨의 '쇼케이스 속의 몽상 4', 최규자(39)씨의 '지금, 여기'등 모두 평면 부문이 차지했다.
1978년 한국 최초의 민전(民展)으로 출발한 뒤 올부터 매체 부문을 신설하고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 방법을 혁신하며 다시 태어난 이번 중앙미술대전 예선에는 평면 422명, 입체 51명, 매체 27명 등 500명이 출품해 132점이 본선에 올랐고, 대상 1점과 우수상 5점 외에 입선 29점을 냈다.
수상작과 입선작은 7월 5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에서 전시되며, 시상식은 개막식날인 7월 5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열린다. 02-751-9628(http://culture.joins.com).
‘희생’평면 우수상. 김진선(국민대 대학원 회화 전공)작, 광목천 위에 실크스크린.
‘점자’ 평면 우수상. 김경은(중앙대 대학원 한국화 전공)작, 한지에 수간채색.
‘쇼케이스 속의 몽상 4’ 평면 우수상. 박성원(홍익대 대학원 판화과 졸), 석판.
‘마루 위에서’ 평면 우수상. 이주은(이화여대 대학원 서양화 졸)작, 혼합기법.
‘지금, 여기’ 평면 우수상. 최규자(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 졸), 혼합기법.
*** 심사평
1978년 기존 공모전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등장한 중앙미술대전은 미술계를 이끌어 갈 주역들을 배출하면서 한국미술 발전에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처음 탄생할 당시의 각오로 돌아가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동시에 젊고 창의력과 역량을 갖춘 미술인들의 제전으로 기능하고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심사위원들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시기획자 및 비평가들로 구성했다.
심사는 주로 회화나 조각, 판화 등 전통장르를 재해석하며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테크닉과 실험성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했다. 그동안 통용되어 온 공모전 양식의 작업들을 배제했으며, 기존 작가들과 유사한 작품은 과감히 제외했다. 다만 매체 부문 응모작들은 대부분 습작 수준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대상을 받은 홍정표의 'Art Is(미술이란?)'는 합성수지라는 재료를 잘 다루었으며, 현대미술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난해성'을 어느 정도 극복해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냈다. 우수상 부문은 5명의 평면 작품들로 판화.서양화.동양화라는 전통매체를 다루었으며, 단단한 테크닉과 독창적인 작가적 정체성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