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는 노학자의 감회가 남다르다. 독립운동사 연구에 일생을 바친 조동걸(73.사진) 국민대 사학과 명예교수. 위암과 뇌출혈이 잇따라 겹치며 지난 2년간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경험한 그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11일 '세계 식민지 해방운동과 한국독립운동'을 주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그를 만났다. 최근 한국 역사학계 일각에서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그는 어떻게 바라볼까.
"독립운동을 너무 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독립운동은 제국주의에 맞서서 인간주의를, 즉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려고 했던 민족운동입니다."
그의 지적은 제국주의 비판에 무감각한 역사 교육의 폐해로 이어졌다. "중.고등학교에서 배운 세계사를 생각해 보세요. 제국주의 변천사 아닌가요. 아직까지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이 철저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했다. 그럴수록 독립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는 연구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연구자가 줄어드는 현실이 노학자가 볼 땐 안타깝기만 하다.
"광복 60주년이지만 분단 60주년이기도 합니다. 온전히 광복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독립운동 연구를 더 열심히 해서 주변 열강들로 하여금 분단을 통일로 이끄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 시대 학자들이 해야할 역할입니다."
이날 행사는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소장 김희곤)가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 교수는 '제1회 독립기념관 학술상'을 받았다. 그가 건강을 회복했듯이 독립운동사 연구도 도약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상이다. 수상 대표작은 '한국 근현대사의 이상과 형상'(푸른역사, 200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