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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시론] 한·미 동맹 위기, 몇 사람 탓 아니다 / 안드레이 란코프(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영문
  • 작성일 07.06.08
  • 조회수 7379

요즘에 한미 동맹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자주 나오곤 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는 필자는 미국측도 남한 보수측도 동맹을 훼손하는 세력이 좌파민족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의견은 근거가 없지 않다. 그러나 한미동맹이 직면한 위기가 ‘386세대’ 출신 정치인 몇몇의 오판과 착각에 의해서만 야기된다고 생각하면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미 관계가 복잡해지는 기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객관적인 국가 이익의 차이이다. 이러한 차이가 제일 뚜렷이 나타나는 분야는 대북 정책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남한은 북한 정권을 같은 눈으로 봤다. 세계적으로 공산주의 세력과 대립했던 미국도, 북한 체제를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 제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봤던 남한도 국방력을 강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약소국이었던 한국의 국가 이익은 꼭 같지는 않았지만 대북 정책 부문에서는 일치했다.

그러나 탈냉전 시대에 들어와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온 세계를 자신의 외교 대상으로 삼고 북한 문제를 이러한 입장에서 본다.

동북아도 비슷하다.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를 제일 큰 걱정으로 여기는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미국 영토에 대한 핵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걱정은 북핵 자체보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가속화될 수 있는 핵확산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경우에 미국이나 그의 동맹 국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여러 세력은 평양에서 기술을 구입할 수 있거나 북한의 선례를 이용해 자신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핵개발을 꿈꾸는 세력을 격려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때문에 미국은 어떤 대가를 치른다 해도 북한의 핵개발을 가로막으려 애쓰고 있다. 북핵 개발을 막지 않으면 뉴욕이나 텔아비브는 언젠가 핵 테러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남한의 접근은 매우 다르다. 남한은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국가이익은 주로 동북아로 제한된다. 남한의 입장에서 핵무기의 확산은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남한 국가 이익과 직결된 것이 아니다. 현재 세계에서 남한을 자신의 최고 목표로 여기는 국제테러조직이 없다.

북한은 서울을 비롯한 남한 대도시에 대한 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물론 어떤 소박한 서울 지식인들의 환상과 달리 평양이 이러한 공격을 하지 않을 이유는 김정일 정권의 민족주의나 동포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 아니다. 참된 이유는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이용할 경우에도 이러한 전쟁에 이기지 못하리란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한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화를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를 직접적인 위험으로 평가하지 않다. 반대로 압력과 고립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국제교류 의존율이 높은 한국 경제를 손상시킬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시도할 때마다 남한은 이러한 노력을 조용하게 반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이다. 남한측은 개성공단을 한반도의 긴장을 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으로 판단하지만 미국측은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한 북한 정권에 대한 보상으로 여긴다.

문제는 남한과 미국 사이에 이러한 객관적 모순이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서 야기된 것이 아니고 양국의 이익 차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고 양측이 만족할 만한 타협을 이룩하려면 이러한 객관적 모순을 참작해야 한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07/20070607011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