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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아웃사이드 인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박채원
  • 작성일 24.03.28
  • 조회수 272

“정국씨는 본인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 보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정국씨가 얼마나 큰 것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단지 다 보여주지 못할 뿐이라는 매우 큰 확신이 있었다.”


BTS 결성 초기에 멤버를 어떻게 결정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방시혁 빅히트 의장이 한 말이다. 방 의장은 7명에 대해 각각 영입 이유를 설명했는데, 대체로 멤버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었고, 성장 가능성도 더 크게 보았다. 어린 아티스트가 자신의 재능에 확신이 없을 때 경험 많은 기획사 대표가 객관적인 평가로 자신감을 북돋워 준 것이다.

 

 

 

 

 

BTS의 찬란한 성공 배후에는
가능성 주목했던 방시혁의 눈
자기확신 없는 신입사원 위해
잠재력 끌어내는 게 선배 역할

 

 


슬기로운 조직생활

 


아담 그랜트는 최근 저서 『히든 포텐셜』에서 자신의 재능이나 잠재력을 스스로 평가할 때, 남들에게는 보이지만 자신은 잘 모르는 ‘맹목 영역(blind spot)’이 있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수 있으니 너무 쉽게 단정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내부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인사이드 아웃’의 평가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외부의 시선으로 평가받는 ‘아웃사이드 인’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본인의 잠재력은 타인이 더 잘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BTS의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 그룹의 성공에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의 절묘한 조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음악으로 드러내면서 성장했고, 이들의 팬클럽인 ‘아미’는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끼면서 지지를 보냈다. 팬들의 응원을 보면서 멤버들은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좋아해 줄까’ 감격하면서 힘을 얻고 또다시 성장했다.


“(한국 가수로서는) 이제 이루어야 할 것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했고, Mnet에서 가수상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미국을 가래요.(웃음)”


빌보드뮤직 어워드를 통해 미국 무대에 데뷔할 당시를 회상하면서 멤버 슈가가 한 말이다.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방 의장은 “더 큰 무대로 나아가라”고 등을 밀었다.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주저하는 멤버들에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2017년에 BTS는 빌보드음악 시상식에서 소셜아티스트상을 받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을 했다.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 본격적인 글로벌 스타로의 도약이 이어졌다.


병아리가 알을 깨는 그 순간은 내면에서의 노력이 축적되어 폭발하는 정점이다. 어미 닭이 밖에서 살짝 거들어줄 때 내면의 노력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마침내 단단한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줄탁동시(啐啄同時)라 한다.


조직에서도 줄탁동시, 즉 인사이드 아웃과 아웃사이드 인의 조화는 필요하다. ‘내가 보는 나’와 ‘동료가 보는 나’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며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가까이에 있는 팀원이나 선배들을 관찰해보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인색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따듯한 마음으로 그의 진가를 인정하고 표현해보자.


특히 신입사원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입사원은 입사 초기에 스스로 ‘나는 이 조직에 적합한 인재가 아니야’ ‘나는 이 일에 맞지 않아’라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입사 후 3년 이내 기간의 인사이드 아웃 평가는 불완전하고 왜곡되기 쉽다. 직무에 대한 파악도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앞으로 조직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도 찾기 어렵다. 이럴 때 선배가 아웃사이드 인의 시각으로 신입사원의 숨겨진 잠재력을 인정하고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해준다면 어떨까.


국내 대기업의 여성임원 A 상무는 자신에게 큰 힘을 주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본인이 대리로 근무하던 시절, 상사에게 손님이 왔길래 커피를 타서 들고 갔다. 나중에 상사는 “A 대리는 뛰어난 능력과 적극성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 이 회사에서 큰일을 할 사람이다. 커피 타오는 이런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A 대리는 그 상사의 조언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방시혁 의장 같은 선배가 된 적이 있는가. 나는 어느 선배에게 아미와 같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동료였던 적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늘어날 때 우리 조직은 저마다의 BTS를 가질 수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