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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공을 정확히, 멀리 치는건 약해도… 쇼트게임·멘털관리 ‘최정상’[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 작성자 김은지
  • 작성일 25.04.09
  • 조회수 30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리디아 고가 골프를 잘하는 비밀

드라이버 거리 105·정확도 81위

스크램블링·홀당 평균 퍼팅 2위

평균타수 10위 밖은 단 2차례뿐

다른 비결은 골프지능·강한 멘털

10대 시절부터 50대처럼 플레이

걱정 대신 현재를 즐기는 요령도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뉴질랜드 교포 골퍼 리디아 고가 일본의 후루에 아야카와 태국의 지노 티띠꾼을 4타 차로 꺾고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총 23승을 기록한 리디아 고는 통산 상금에서도 2059만 달러(약 301억 원)를 벌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단연 최고이며, ‘골프여제’ 스웨덴의 애니카 소렌스탐(2258만 달러)에 이어 역대 2위다. 지난해에는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 획득으로 1점 부족했던 포인트를 마저 채우며 역대 최연소로 LPGA 명예의 전당 입회에도 성공했다.

 

이처럼 대단한 업적을 쌓고 있는 리디아 고지만 사실 그는 투어에서 공을 가장 멀리 치지도, 그렇다고 가장 정확하게 치지도 못하는 골퍼다. 2024 시즌 그녀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55.09야드로 전체 162명 중 105위에 불과하다. 드라이버샷의 정확도와 아이언샷의 정확도는 각각 81위와 49위에 그쳤다.

 

리디아 고가 골프를 잘하는 이유는 정작 따로 있다. 골프에서 골퍼의 실력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경기통계는 바로 시즌 평균타수다.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리디아 고가 이 부문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한 해 동안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기록한 골퍼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도 두 차례나 받았다. 리디아 고는 대회에서 예선 탈락(컷오프)하는 일도 드물다. 지난해까지 총 245차례 대회에 출장해 예선 탈락한 횟수는 단 18차례에 불과해 1980년 이후 200차례 이상 출장한 골퍼 중 역대 두 번째로 적다.

 

리디아 고의 안정적인 성적을 뒷받침하는 것은 다름 아닌 뛰어난 쇼트게임과 퍼팅 실력이다. 리디아 고는 스크램블링에서는 2위, 홀당 평균 퍼팅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그린 주변에서의 종합적인 경기력을 평가하는 어라운드그린 이득타수에서도 9위에 올라 있다. 한마디로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강해지는 골퍼다.

 

어릴 때 전직 테니스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함께한 훈련은 리디아 고의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을 줬다. 뉴질랜드는 운동선수도 일반 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들어야 했기에 방과 후에 해지기 전까지 연습할 시간이 4시간 남짓밖에 없었다. 4시간의 연습 시간 중 2시간은 실전 라운드나 롱게임을 연습하고 나머지 2시간은 쇼트게임과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아버지와의 훈련은 4개의 파3홀에서 주로 진행되었는데 블랙, 블루, 화이트 티에서 각각 30개씩 총 360개의 샷을 매일 때렸다. 특히 쇼트게임은 100야드 이내 웨지샷을 90-80-70-60야드 식으로 10야드 단위로 끊어가며 홀에 공을 붙이는 연습을 했다.

 

리디아 고가 항상 꾸준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비결은 높은 골프지능과 강한 멘털이다. 리디아 고는 10대 시절부터 몸은 10대인데 플레이는 50대처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리디아 고는 10세가 채 되기 전 매주 일요일이면 동네 골프클럽 회원들과 함께 어울려 골프를 쳤다. 이들 중에는 은퇴한 전직 투어프로 존 리스터(77)와 밥 맥도널드(83)도 있었다. 두 사람은 손녀뻘인 리디아 고와 라운드하면서 스윙 등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홀 공략 방법 등 오랜 투어 생활에서 터득한 골프의 전략적인 측면에 대해 많은 조언을 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리디아 고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높은 골프지능은 바로 몇 년간 이어진 이 주말 라운드를 통해 터득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리디아 고는 어릴 때부터 데이비드 니스라는 심리전문가를 통해 꾸준히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시합 중 지나간 실수를 후회하거나 닥칠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현재에 집중하며 순간순간 자신 앞에 놓인 일들을 즐길 줄 아는 요령을 배웠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