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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찾습니다 #24] 청년이 여는 미래, 장유민

  • 작성자 최예지
  • 작성일 16.01.18
  • 조회수 12599

2016년 청년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깜깜한 미래 앞에서 취업, 일자리, 스펙에 매달려 좌절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회는 우리 청년들을 두고 3포 세대를 넘어 5포, 7포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 그리고 앞으로 더 포기해야하는 것이 많은 N포 세대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포기 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내 손으로 일구어 나가겠노라고 일어선 용기 있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청년이 여는 미래’(이하 청미래) NGO 단체 활동 청년들이다. 이 단체의 청년들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청년들이 힘과 아이디어를 모아 한반도의 밝은 미래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모인 이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청년이 여는 미래 활동 청년이자 인턴으로 근무한 국민*인, 장유민 학우(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12)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청년이 여는 미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청년이 여는 미래는 균형, 자발, 젊음, 소통이라는 청년 가치를 주춧돌 삼아 청년의 재능과 아이디어를 한반도 미래를 위해 가치 있게 쓰는 활동을 추구하는 비영리 청년 NGO입니다. 청미래는 청년들이 스스로에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내 청춘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묻고, 이들의 행동과 실천이 사회 변화의 핵심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청년다운 사회 혁신을 고민하는 2030 세대의 양성을 통해 긍정적 사회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청미래가 가진 사명입니다.

Q. 어떻게 청미래 활동을 시작하게 됐나요?

저는 <1‧3세대 두잇 자서전>프로젝트 덕분에 청미래라는 단체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이 프로젝트는 세대 청년들이 자서전을 통해 대한민국 근대화, 산업화에 기여하신 1세대 분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진행된 프로젝트였어요. 파독간호사 분들이나 월남참전자, 중동건설 근무자들을 저희 청년들이 직접 만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발간해드리는 작업이었죠. 제가 국문학과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 쓰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어서 더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처음 청미래 활동을 시작했고, 인턴을 거쳐 상근까지 약 2년간 활동했어요. 단순 참여 학생에 머물지 않고 인턴과 상근까지 거친 건 청년과 사회에 대해서 더 알아갈 수 있는 프로젝트에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Q. 유민 씨가 청미래에서 진행했던 주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청미래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캠페인에 참여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건 <민주주의 보드게임 교실> 프로젝트였어요. 학생들이 모인 곳을 방문해 보드게임을 진행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 시장경제, 나눔, 통일 등 다양한 사회개념들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보통 일반 학생들과 탈북자나 다문화가정 같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함께 모인 교실에서 진행했어요.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청소년들에게 조금 더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어요.
 
Q. 직접 겪어본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다르지 않다.’였죠. 사실 저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까지는 이주배경 친구들을 직접 대해본 경험이 없었어요. 기껏해야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탈북자 강연을 들으러 갔던 경험 정도였죠. 직접 수업을 가기 전까지 ‘그 친구들이 우리를 너무 낯설어 하거나 적대시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많았는데 기우였죠. 막상 가보니 정말 그 나이또래 한국 친구들과 똑같더라고요. 그 나이답게 말하고, 행동하고. 다른 점이 정말 딱 하나 있다면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긴 했어요. 발음이 다르니까 또래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한 경험 때문인지 먼저 다가오거나 이야기를 거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고요. 한국어로 말하는 것 자체를 조금 겁내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볼 때는 정말 잘하는데도 워낙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짓궂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Q. 유민 씨만의 수업 노하우가 있나요?

칭찬을 많이 했어요. 우선 게임으로 흥미를 끌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거고,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인지시키려고 했죠. 최대한 친구들 눈높이에 맞추려고. 근데도 사회 개념 용어 자체가 쉽진 않다보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럴 때는 그 친구들이 익숙한 개념을 가져다가 비교를 하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했어요. 탈북자나 다문화 가정 친구들 중에 중국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는 중국의 정치 개념과 한국의 정치 개념을 대입시켜서 알려줘요. 그러면 친구들이 훨씬 더 이해가 빠르더라고요. 그리고 이 수업에서 만큼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죠. 무조건 “우리는 다 똑같아.”라기 보다는 “이 친구가 한국어를 못하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대신 그 차이는 절대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이다. 한국 친구들보다 한국말이 조금 부자연스럽지만 그 대신 이 친구는 2개 국어를 할 수 있다.”이런 식으로요.

 

Q. 리더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저는 참여 학생으로 시작해서 인턴, 상근까지 하게 돼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케이스에요.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오히려 걸림돌이 될 때도 있었는데, 참여자와 기획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조금 오래 걸렸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제가 참여자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민주주의 보드게임>에서는 참여자들이 대부분 수업을 나가고 싶어 해요. 저는 그 마음을 너무 이해하니까 모두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모두를 참여시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기획자가 되니 참여자들의 욕구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질적인 면과 장기성을 같이 고려해야 되더라고요. 큰 그림을 그려봤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몇 명만을 팀으로 꾸려서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측면도 있더라고요. 팀장으로서 어떤 프로젝트의 목적과 참여자가 원하는 것을 동시에 달성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거죠. 참여자로서 프로젝트를 바라볼때와는 다르게 리더는 조금 더 다양한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Q. 유민 씨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우리 사회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차별, 취업, 각종 사회 문제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에요. 제가 너무 놀랐던 것이 다문화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 수업을 갔을 때였는데, 러시아 다문화 가정의 친구가 있었어요. 수업을 하면서 사회 개념에 대해서 그 친구가 의견을 말하니까 한국 친구가 그 친구에게 너무 아무렇지 않게 비속어를 섞어가면서 “넌 러시아사람이니까 조용히 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다문화 가정 친구도 그런 반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 모든 상황이 너무나 자연스러웠어요.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닌데. 마찬가지로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많은 사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이나 그런 문제들이 당연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현상이 지속되다보니 그런 관례들이 당연시 여겨지고, 무뎌지는 모습들이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 지지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용기내서 문제제기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사회 부정적인 현상을 문제시하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요.

 

Q.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청년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만연하게 퍼져있는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 주체가 청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청미래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가치관이 쉽게 변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가 유연하다고 하잖아요. 청소년기나 청년기에는 가치관이 계속 재정립되는 시기기 때문에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과 다르지만 정말로 옳다고 생각 되는 것이 나타나면 생각이나 행동이 비교적 빨리 변하는 것 같아요. 어떤 거창한 목적을 가진 다기 보다 작은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느껴요. 제가 ‘한국 친구들과 이주 배경 친구들이 2시간 후에는 하나가 되도록 수업을 해야지! 내가 당장 화합의 대한민국을 만들래.’ 그런 마음가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아니거든요. 단지 ‘내가 들어간 이 수업 2시간만큼은 다 같이 차별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의 생각이나 마음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고 나비효과가 일어나길 기대하는 거죠. 그 친구들이 자라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되는 거니까.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을 거라고 믿어요. 긍정적 에너지는 더 빨리 전파되니까.

 

 

‘청년’은 보통 학생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세대를 지칭한다. 그러나 그 이름이 가진 힘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는 깨어있는 청년들로부터 시작됐다. 우리 청년들은 냉담한 사회 현실 앞에서 잠시 잊고 있었을지라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분명한 주체다. 청년들의 문제제기가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닌 성장을 위한 발돋움이 된다면 우리는 조금 더 멋진 사회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는 대신 신뢰와 인정으로 서로의 손을 잡으면 조금 더 따뜻한 사회를 꿈꿀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해 스스로 철학을 세우고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청년이 여는 미래’. 그들의 움직임에 박수를 보낸다.

 

* '청년이 여는 미래' 사이트 : http://www.youngtomorrow.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