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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섭 국내 1호 그린디자이너 "많은 사람이 깨우쳤으면..환경은 어렵지 않아"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 ‘국내 1호 그린 디자이너’ ‘환경 디자이너’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모두 윤호섭(70) 디자이너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서울사대부고를 나와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군복무 한 뒤, 1968년 국내 유수 광고기획사에 입사한 엘리트코스를 밟은 수재였다.
특히 1970~80년대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 등 각종 국제행사의 디자인에 참여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세계 잼버리 대회, 광주 비엔날레 등의 디자인에도 참여하며 광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다수의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디자인을 자문하고 때로 직접 디자인을 맡으며 시티은행과 펩시 한글 로고 등 누가 봐도 한눈에 알법한 광고디자인을 제작한, 소위 말해 잘나가는 광고디자이너였다. 그런 그는 지금 그린 디자이너가 되어 있다.
광고 디자이너와 그린 디자이너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의 디자이너 일지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뭐하고 있는 짓인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든 뒤로 그린 디자인에 뛰어들었다는 그.
그는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인사동으로 나와 흰 티셔츠에 초록색 친환경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준다.
일종의 환경운동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진행하고 있는 것.
그가 티셔츠에 주로 적어 넣는 문구가 있다. 바로 ‘Everyday is Earth day’.
매일 매일을 지구의 날처럼 보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예술가, 환경운동가, 그린 디자이너 등 호칭이 다양하다. 그린 디자인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환경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디자인의 역할이 대량생산을 하기위해 판매를 유도하고, 수익을 달성하기 위한 디자인이라면, 환경디자인은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자동차, 에너지효율이 좋은 건축, 이런 것들을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그린 디자인이다.”
-광고업계에서 일을 하다 환경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유명하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광고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밤낮을 새워가며 노력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성공들을 거둬들였다. 디자인의 순기능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디자인의 역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디자인 이라는 것이 자원을 낭비하고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경쟁구도를 가열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때 1991년 개최된 ‘제17회 세계 잼버리대회’에서 사인을 받으러 온 한 일본 대학생을 만나게 됐다. 그때 그 친구가 한국의 환경문제에 대해 물었다. 어떤 대답도 해줄 수 가 없었다. 매우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환경을 위해서 본인은 어떻게 생활 하고 있는가.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IMF 당시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의식주에서 3분의 1을 절약할 것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이 냉장고 없이 생활하기였다.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고자 시작했다. 하루 먹을 만큼만 장을 봐서, 하루 먹을 만큼만 요리하고, 식판에 담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없으니 자연스레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게 되고, 식판에 먹으니 정량만 먹고 음식물을 남기지 않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봐라. 냉장고 속에는 먹지 않고 남아있거나, 방치된 음식물들이 한 가득 들어있다. 결국은 버려질 것들이다. 그것 자체가 낭비다. 먹을 만큼만 사고, 먹을 만큼만 요리하면 자원을 낭비할 일도, 음식물쓰레기가 생길일이 없다. 어떻게 음식쓰레기란 말이 나올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음식을 먹고 남은 것들인데, 그것이 쓰레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냉장고 없이 살게 됐다. 물론 나 역시도 100% 환경적으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일을 할 때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인다. 그렇게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대학원에 ‘그린디자인 전공’을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디자인에서 환경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그린 디자인에 대해서 알리고 싶었다. 경쟁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인을 가르치고 싶었다. 매년 첫 학기면 학생들에게 ‘디자인의 책임과 역할에 관해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2년 반에 걸친 수업이 끝난 뒤 졸업시험에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항상 처음 입학당시의 제출했던 것보다 좋은 답변서를 내는 학생은 거의 드물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2002년부터 인사동서 매주 일요일 티셔츠에 환경 메시지를 그려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티셔츠는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된다. 티셔츠에는 스마일, 별, 지구, 하트 같은 단순한 그림부터 황새나 도롱뇽 같은 멸종위기의 동물도 그려 넣는다.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면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사람들이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환경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시작한 이래 많은 학생들이 날 찾아온 것도 그 변화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와서 그림 그리는 것을 돕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또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와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량 생산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대량 생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낭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것 일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떳떳하고 소신 있게 살고 싶은 이유도 있다. 사람들이 보고 영감을 받으면 좋은 것이지 이 재능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고 싶지는 않다.”
-녹색여름전은 무엇인가.
“2008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전시다. 환경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지를 지닌 친구들과 함께하는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전시 활동을 통해 환경교육과 메시지를 전달한다. 올해도 다음달 17일 서울숲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주제는 ‘절약’이다. 한쪽에는 자원이 부족하지만 한쪽에서는 자원이 넘쳐나는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감사하는 전시를 만들 것이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실생활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문제로까지 확대됐다.
“2011년 일본의 원전 사고 이후 환경을 살리기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나섰다. 원자력발전소는 사고가 나면 해결이 안된다. 일본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원자력은 해결이 되지 않는 문제다. 지금처럼 에너지를 쓰고 핵발전소를 짓다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제대로 사는 방식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깨우쳤으면 한다. 환경은 어렵지 않다. 내가 지배하고 장악하고 가꾸는 개념이 아닌, 나 스스로를 환경의 하나로 생각하면 된다.”
★윤호섭 디자이너는?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 학사
▶합동통신사 디자이너
▶대우그룹 홍보부 부장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학장
▶국민대학교 부설 환경디자인 연구소 소장
▶정보통신부 우표디자인 자문위원
▶제4회 서울모터쇼 주제 심사위원
▶국민은행 디자인 자문역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원문보기 :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0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