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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연구와 교육, 택일하는 대학/도영락(생명나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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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이 연구와 교육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제다. 수많은 대학 관계자들은 이 두 기능을 분리해 독립기능으로 만들어서 명제를 단순화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학을 평가할 때 대부분의 평가기준이 연구 분야와 교육 분야로 나눠져 있다는 사실은 두 기능을 나눠 명제를 단순화시키려고 하는 경향을 잘 보여주는 반증이다.
평가에 매달려 불가분의 본질 망각
대학의 기능을 단순화하려는 시도와 더불어 우리 사회는 대학을 숫자로 평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감추고 싶은 사실은 숫자로 대학을 평가한 결과는 단지 숫자의 오류이며 통계의 마술일 뿐이라는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우리나라 대학은 이미 대학생의 입학성적으로 서열화돼 있고 작금의 대학평가 결과도 그 서열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고착화시킨 가장 큰 배경은 입학성적이 좋은 학생을 모집한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서도 더 좋은 대학일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의 대학 평가 역시 그러한 확신을 갖는 사람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놓은 규정에 따라서 수행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과거 경제성장을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한 몇몇 우수한 대학들조차도 현시점에서 모든 분야에서 바라보는 대학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우수한 학생을 손쉽게 확보하는 서열화된 학생수급 구조가 그들로 하여금 훌륭한 연구 성과를 교육시스템에 반영시켜서 좋은 학생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원인이 된 것이다.
입학생의 서열이 떨어지는 나머지 대다수의 대학들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평가기준에 맞춰 단기간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지표 경영을 함으로써 대학의 두 가지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고 한 가지만을 선택하는 쉬운 길로 나가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도 학생들을 골라서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전체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 대학들이 망각하고 있는 두 가지 기능의 연관성 대해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훔볼트는 대학의 이념을 고독과 자유로 보고 고독한 연구를 통해 자유롭게 가르치는 것만이 대학의 본질을 표현한다며 연구와 교육은 불가분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에 기반 두되 교육 연계시켜야
좀 더 쉽게 풀어보면 대학의 본질은 처절하게 수행한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연구결과에 기반을 둔 살아 있는 학문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또한 연구결과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대학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논문인용색인(SCI) 수에만 집착하는 연구중심의 평가와 취업률에만 매달리는 교육중심의 평가 잣대만으로는 대학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반쪽짜리 대학이 될 뿐이다. 또 평가 숫자에만 매달려서 단기적 성과만을 쫓아가는 대학들을 양산할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수준에 맞는 연구와 우수 인재를 통해서 대학 본연의 기능을 다할 때 더 좋은 학생을 길러낼 수 있으며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연구하지 않는 대학에서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교육과 연계시킬 수 없다면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 곱씹어봐야 할 명제다.
원문보기 : 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201405/e20140518212029131520.htm
출처 : 서울경제 기사보도 2014.05.18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