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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한반도24시] 배회하는 '연작처당(燕雀處堂)'의 유령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작성자 박윤진
  • 작성일 20.06.08
  • 조회수 1108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외교정책 표류에 북핵 위협은 가중
정치 지도자는 권력다툼에만 몰두
망국 위험 망각한 구한말 떠올라
정부 최악 가정한 대비책 점검을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구한말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표류하는 조선이 하도 딱해 당시 주일본 청나라공사관 참찬관이었던 황쭌셴은 ‘사의 조선책략’, 즉 사견이라는 전제하에 조선 외교정책의 방향을 당시 수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김홍집에게 건네준다. 그 내용 중에서 황쭌셴은 당시 조선을 ‘연작처당’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의 고사로 ‘깃들여 사는 집이 불타고 있는데도 불구경으로 즐거운 제비와 참새’처럼 망국의 위험을 망각한 채 안일에 젖어 있는 국가와 국민을 지칭한다.

현 정부 인사들은 현재와 구한말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쾌하다 할 것이다. 당시 조선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 및 저발전된 상태였지만 지금 한국은 주요20개국(G20)에 속한 선진국이고 충분한 자주국방력을 갖췄으며 한미동맹까지 구비돼 안보 걱정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뇌리에 연작처당의 우려가 계속 맴도는 것을 어쩌랴. 국력은 다소 커졌으나 주변국 모두가 강대국이라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분명한 외교정책 없이 표류하는 것도 동일하며, 정치지도자들이 국가의 미래나 안전보다는 권력다툼에 몰두하는 것도 같아 보인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인도태평양전략’과 ‘일대일로’로 대결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책임론과 홍콩 보안법 문제로 대결의 길로 접어들고 있고 우리 안보의 불확실성은 무척 커졌다. 그러나 현 정부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균형외교’라는 막연한 개념으로 방관하고 있다. 그로 인해 피아 구분이 애매해졌다. 미국은 엄청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중국은 친중정책을 압박한다. 자유민주주의 이념, 북핵 위협, 미국과의 동맹을 공유하는 일본과의 갈등관계도 악화하고 있을 뿐이다. 구한말과 크게 다른가.

 


원문보기: https://www.sedaily.com/NewsView/1Z3XO1CBAW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