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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국민일보] “맡기면 다 한다!”/이의용(교양과정부) 교수

  • 작성자 조수영
  • 작성일 13.07.29
  • 조회수 10270
직장생활 초기에 함께 일하는 후배 팀원들에게서 반갑지 않은 편지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다. 외부 일을 마치고 퇴근 시각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대신 내 책상에 편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기대 반 불안 반으로 봉투를 열었다. 거기에는 나의 리더십을 개선해 달라는 팀원들의 따끔한 건의문이 들어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주말을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내 리더십의 문제점은 ‘독선’이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나는 팀원들에게 사과하고 새로운 리더십 체득에 나섰다. 이 사건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추억이다.

접촉 잦을수록 심해지는 갈등

칡(葛)과 등(藤)나무 줄기는 오르는 방향이 서로 달라 만나기만 하면 서로 얽히게 된다. ‘갈등(葛藤)’이란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사람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만나면 서로 얽힐 수밖에 없다. 접촉이 잦을수록 갈등은 더 심해진다. 또한 사람은 뭔가를 차지하려는 본성이 있다. 그래서 상사와 부하, 시어머니와 며느리, 교사와 학생, 심지어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에도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

상담을 해보면 부모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가 많은 걸 간섭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독점할 때 상대가 누구든, 동기가 좋든 나쁘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심해지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위임’이란 처방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주도권을 독점하지 말고 상대방과 적당히 나누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한 어머니는 “가게에서 A, B, C, D를 사와라”, 다른 어머니는 “만원을 줄 테니 가게에서 떡볶이 재료를 알아서 사와라”고 지시한다. 앞의 어머니는 목적은 안 가르쳐주고 방법만 가르쳐주었지만, 뒤의 어머니는 목적만 가르쳐주고 방법은 아이에게 맡겼다. 가게로 향하는 두 아이의 기분이나 태도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임보다 더 큰 애정은 없어

적절한 위임은 당사자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다음에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준다. 또한 다음에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도 키워준다. 사람의 능력이란 경험의 산물이다. 해봐야 할 수 있다. 리더가 그 일을 잘하는 건, 단지 그가 부하보다 그 일을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부하는 리더가 일을 맡겨야 해볼 수 있다. 잘해낼 수 있는 데도 맡기지 않고 간섭하고 통제할 때 부하의 의욕은 떨어지고 갈등하게 된다. 가장 불행한 직장인은 위임하지 않는 리더와 함께 일하는 부하다. 편하기는 한데 일을 배울 수가 없고 의욕도 안 생기기 때문이다. 위임하지 않는 리더도 불행한 직장인이다. 자기 혼자 모든 일을 다 하고 다 책임져야 하니까.

리더가 권한을 독점할수록 부하의 에너지와 능력은 죽는다. 리더가 주도권을 나눌수록 부하의 에너지와 능력은 살아난다. 리더의 권한을 부하가 침범하는 것이 월권이듯, 부하의 권한을 리더가 침범하는 것도 사실상 월권이다.

그러나 리더가 자기의 권한을 부하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하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진실성, 업무 수행능력, 의욕이 위임의 폭을 결정한다. 그러니 부하도 평소 리더로부터 그러한 믿음을 얻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위임해야 자립한다.

교사도 학생을, 부모도 자식을, 리더도 부하를, 시어머니도 며느리를, 그리고 대통령도 참모를 통제하고 간섭만 하려 하지 말고 더 많이 믿고 맡겨보자. 명확한 목적만 제시하고 방법은 맡기는 게 좋다. 맡기면 다 한다. 위임보다 더 큰 애정은 없다.

원문보기 :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412130&cp=nv

출처 : 국민일보 기사보도 2013.07.28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