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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국민

[경제시평-이은형] 어른들에게 필요한 역멘토링 /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 작성자 김예나
  • 작성일 18.01.17
  • 조회수 6350

 
“비트코인에 대해 사기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 제이미 다이먼 JP 모건 회장은 2017년 9월에 했던 자신의 발언을 최근 철회했다. 그가 누구인가. 2005년부터 JP 모건체이스를 이끌면서 매출액, 수익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냈고, 현재 월가 최고의 보상을 받는 인물이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철저한 위기관리, 베어스턴스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통찰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세계 금융가에 입증해 보인 그가 자신의 판단착오를 공개적으로 자인했다. 다음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차례인가.

디지털 혁명이 진전되면서 인공지능, 로봇공학 그리고 사물인터넷까지 우리가 배우고, 이해하고, 적응해야 할 변화가 너무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세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살아온 기성세대, 지금 사회 각계각층의 리더로 활동 중인 ‘어른’-여기서 ‘어른’이란 나이 또는 직급이 아닌,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하며 이런 기준에서 필자도 포함된다-들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는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가격 널뛰기가 새해까지 이어지면서 ‘사기극’ ‘튤립광기와 비슷한 현상’ ‘결국 금융 다단계판매’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기술혁신’ ‘정보의 민주화’ ‘개인 간 거래를 안전하게 담보하는 신뢰시스템’이라는 주장까지 논쟁이 치열하다.

최근 코닥, 월마트, 도요타, 에어버스 그리고 텔레그램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술혁신’이라는 관점에 무게를 더 크게 두고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논란이 있는 가운데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좀 더 무게중심이 쏠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의사결정권을 가진 ‘어른’들의 배타성이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금융감독원 등 규제 당국자, 검찰 및 경찰 등 법 집행 당국, 세금 등 경제정책 담당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기관을 포함한 기업의 리더들은 지금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에 대해 정책을 만들고, 규제를 하고, 사업을 하고, 심지어 법 집행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 경제 부처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새로운 흐름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늦었거나, 이해부족이었다고 평가된다. 국내에서 유난히 광풍이 불게 된 것은 ‘적절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불을 끄려다 보니 헛발질이 됐다고 생각한다.

‘제7의 감각’의 저자 조슈아 쿠퍼 라모는 “전 세계의 리더들, 특히 국가, 기업조직, 기구 등을 이끄는 리더들은 지금 세상이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신세대 프로그래머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인문학적 소양, 가치관 등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두 그룹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투기광풍’에 이은 ‘정책적 헛발질’과 ‘혼란 가중’으로 상황이 악화된 데는 ‘어른’들의 책임이 더 크다. 새로운 기술에 기반한 권력집단이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스크포스팀에 ‘진짜 전문가’가 참석해 의견을 격의 없이 표현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나이와 직급 그리고 경륜을 기준으로 ‘어른들’로만 의사결정구조를 구성한 것은 아닐까. 두 그룹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른들은 먼저 ‘진짜 전문가’로부터 역멘토링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